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이 주름잡던 글로벌 의약품시장에 '무서운 신예'가 등장했다. 제약분야에서 연평균 20%씩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 얘기다. 글로벌 제약산업계에선 인도를 제약 신흥국(pharmeging nation)으로 부르기도 한다. 인도는 현재 '세계의 제네릭 공장'이라 불릴 만큼 합성의약품 복제가 활발하다. 최근엔 바이오의약품 쪽에서도 괄목할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 인도의 바이오시밀러시장 규모는 2억달러로 전체 바이오의약품시장 17억3000만달러의 11%에 달하며 2012년에는 5억8000만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주로 인슐린,EPO(조혈성장인자),G-CSF(과립구 콜로니 자극인자) 등 1세대 단백질 의약품을 중심으로 시밀러를 내놓다가 2007년 인도제약사 DRL이 표적항암제 '리툭시맙'의 시밀러인 '레디툭스'를 출시했다.

'레디툭스'는 시장이 큰 항체치료제 분야에서 나온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지만 대조약 시험 등 절차 요건을 갖추지 못해 '최초' 타이틀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가격을 오리지널 제품의 절반 이하로 낮추면서 인도 내수시장을 잠식한 데 이어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고 있다. 향후 수년 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시장을 겨냥해 시판 승인을 준비하고 있어 세계 바이오시밀러시장 판도를 뒤집을 복병으로 꼽힌다.

인도 최대 제약사이자 세계 8대 제네릭회사인 란박시는 인도 바이오제약기업 제노텍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제노텍은 미국 암젠이 개발한 G-CSF '뉴포젠'의 바이오시밀러를 인도에서 처음 출시한 회사.란박시는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이 제품을 미국과 유럽시장에 내보낼 계획이다.

최종훈 한국바이오협회 글로벌전략본부장은 "인도는 합성제네릭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한 경험이 있어 선진국 승인절차에 정통하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인도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내수 시장에만 안주해온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물량 · 시장선점 싸움에서 인도 등 다른 개발도상국 업체에 뒤처져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함께 세계 각국의 사업파트너를 구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발 빠른 세계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