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비리 의혹을 접한 이명박 대통령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이 잇달아 터진 데 이어 대선 캠프 출신의 은 전 위원이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레임덕을 앞당기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선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천신일 세종나모 회장,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 등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구속되거나 옷을 벗었다.

특히 잇단 측근 비리는 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핵심 아젠다로 내세운 공정사회의 가치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이 대통령은 은 전 위원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6일 밤 민정수석실을 찾아가 엄정한 조사를 주문한 것은 이 같은 심경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직접 찾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권재진 민정수석에게 "우리와 관련된 사람일수록 더욱 철저하고 엄중하게 조사해 국민 앞에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정권 후반기 공직 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이날 선임행정관(2~3급) 이상 직원들이 참석하는 확대비서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에서 임 실장은 '반구저신(反求諸身 · 잘못을 자신에게 찾자는 뜻)'을 언급하며 기강확립을 집중 주문했다. 임 실장은 "외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에는 동업자만 있지 동지가 없다'는 말들까지 나온다"며 "스스로 잘못된 것을 고치고 또 올바른 일을 할 땐 '확신범'이 돼 국민에게 직접 정책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토론에서 직접 의견을 개진한 20여명의 비서관들은 미흡했던 점을 털어놓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는 후문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