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남서 '빵터진' 파리바게뜨 vs 뚜레쥬르 빵 3차대전…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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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1시5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더위에 사람들은 손그늘을 만들고 오가기에 바빴다. 바쁜 발길 만큼이나 바쁜 손길이 두 군데의 빵집에서 목격됐다.
7번 출구에서 70여m를 올라오니 파리바게뜨 강남역점이 보였다. 2003년에 오픈했다는 이 빵가게. 지난 25일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재오픈했다. 직원들이 'PB'라고 새겨진 풍선에 헬륨가스를 불어넣고 있었다. 조그마한 간이무대에서는 4인조 브라스밴드가 악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이 밴드는 파리바게뜨 관련 행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얼굴들이다.
7m 남짓한 조그마한 길을 사이에 두고 뚜레쥬르가 있다. 강남대로에 처음으로 가게를 연다는 뚜레쥬르. 오픈일을 맞아 인디밴드가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료로 배포될 빵과 음료수를 준비하는 매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전운은 감돌았다.
전쟁은 12시에 시작됐다. 포문을 연 것은 파리바게뜨의 브라스 밴드. 약 2분 뒤 뚜레쥬르에서 인디밴드의 공연도 시작됐다. 7번 출구에서 걸어나오던 사람들,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기 시작했다.
양측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저마다의 공연을 진행했다. 강남역 한 복판은 브라스, 밴드 음악에 인근가게에서 들려오는 아이돌 음악, 광고음악까지 섞이면서 그야말로 '난장'을 연상케 했다.
지나던 시민들도 한 마디씩 말을 던졌다. "어머 뭐하는 거야?",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 동시에 그들의 폰카도 렌즈를 열었다. 시민들은 빵집들의 전쟁을 카메라에, 휴대폰에 담기 시작했다.
12시7분. 브라스밴드가 철수했다. 인디밴드는 기세를 몰아 12시24분까지 공연을 이어갔다. 공연이 끝나고 조촐한 사인회까지 열리면서 매장 안으로 사람들을 몰고 들어갔다. 마술쇼와 함께 무료 빵과 커피가 손에 손에 들려졌다. 경품행사도 진행하고 있었다. 1등 경품은 모닝 자동차(1명)이고 자전거(5명)과 빵 교환권(30명)도 내걸었다.
12시30분. 브라스밴드는 다시 공연을 시작했고, 파리바게뜨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복숭아맛 음료수를 시음하게 해주고 무료쿠폰까지 배포했다. 룰렛게임으로 경품을 주는 행사까지 동원됐다. 1시간여 남짓한 점심시간동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행사를 진행했다. 본사에서 나온 직원들만도 20여명을 헤아렸다. 서로의 행사를 지켜보고 체크하는 모습이 첩보전을 연상케 했다. 이 같은 행사는 이날 저녁과 오는 28일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 파리바게뜨 vs뚜레쥬르, 입맛 유행의 메카 '강남'에서 한판 뜬다
SPC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강남역 대로변에서 '3차 대전'을 벌였다. 지난 25일 SPC의 직영 파리바게뜨 매장이 리뉴얼한 데 이어 27일 바로 옆에 뚜레쥬르가 강남역점을 오픈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지난해 8월 분당 서현에서 1차 대전을 치렀다. 뚜레쥬르가 파리바게뜨 직영 매장 옆에 분당 서현점을 오픈하며 두 업체가 대대적인 마케팅 경쟁을 벌인 것. 뚜레쥬르 분당 서현점은 민트그린색, 오픈 키친 등 신규 BI를 적용한 첫 번째 점포다.
오픈 후 뚜레쥬르는 모델 홍보와 빵 증정행사 뿐 아니라 김일천 전 CJ푸드빌 대표가 매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는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 윤시윤과 이영아을 초청해 사인회를 여는 등 대규모 매장 홍보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가로수길'에서 '2차 대전'을 치렀다. 가로수길 초입에 파리바게뜨가 있었고 뚜레쥬르는 바로 옆에 매장을 열었다. 이 때에도 빵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각종 이벤트를 벌였다.
이처럼 뚜레쥬르가 끈질기게 파리바게뜨 옆을 공략하고 나서는 이유는 이른바 '2등 전략'이라는 게 업계 관계들의 분석이다. 특히 3차 대전이 벌어진 강남역 7번 출구 씨티극장 부근은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영점을 내 자사 업체를 홍보하는 상징적인 곳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뚜레쥬르가 우리 옆에 매장을 여는 일명 '미투 운영'을 하고 있다"며 "분당 서현점에 이어 가로수길 점, 이번엔 강남역점에 딱 붙어 매장을 열었다"며 "수 년간 일궈온 상권에 함부로 진입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슷한 점포들이 몰려있으면 상권은 커지는게 마케팅의 기본"이라며 "파리바게뜨는 우리(뚜레쥬르)를 과도하게 의식해 리뉴얼이나 마케팅을 무리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PC vs CJ푸드빌, 강남대로를 잡아야 상권을 잡는다
CJ푸드빌의 공습은 뚜레쥬르가 다가 아니었다. 파리바게뜨 바로 옆 건물은 CJ푸드빌의 또 다른 브랜드인 '투썸플러스커피'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었다. 투썸플러스커피는 투썸플레이스의 카페형 브랜드로 공사중인 현장이 1호 매장이 될 예정이다.
이전에는 CJ푸드빌의 아이스크림 체인인 '콜드스톤'이 있었지만 매장을 바꾸고 있었다. 카페이긴 하지만 SPC가 CJ푸드빌의 두 점포(뚜레쥬르·투썸플러스커피) 사이에 끼어서 샌드위치가 된 모양새다. 빵집에서 촉발은 됐지만 결국 두 그룹의 자존심 싸움이 될 분위기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강남대로에서 SPC는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 등 여러 브랜드들이 몇 년째 자리잡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 한 곳을 열고 한 곳을 준비중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들의 마케팅 전쟁을 바라보는 눈은 어떨까? 현장에서 만나본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과잉 마케팅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 곳에 와서 두 빵집을 둘러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뒀다.
강남역 인근의 회사원인 김모씨(28)는 "양쪽 다 동네 빵집보다 종류도 다양한 것 같고,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 것 같다"며 "무엇보다 깔끔한 분위기와 늦게까지 운영하는 면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실제 파리바게뜨는 자정(12시)까지, 뚜레쥬르는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한다. 두 매장 모두 간단한 식사로 대용할 수 있는 브런치 메뉴들을 갖췄다.
한편 두 빵집을 내세운 거대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자존심 대결은 조만간 또 이루어질 예정이다. 다만 이번에는 뚜레쥬르가 자리를 잡은 곳에 파리바게뜨가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파리바게뜨는 서울 압구정역에 뚜레쥬르 옆에 파스꾸치 건물을 리뉴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건물 1층에 파리바게뜨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스쿠찌는 SPC의 커피체인점이다.
한경닷컴 김하나·강지연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7번 출구에서 70여m를 올라오니 파리바게뜨 강남역점이 보였다. 2003년에 오픈했다는 이 빵가게. 지난 25일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재오픈했다. 직원들이 'PB'라고 새겨진 풍선에 헬륨가스를 불어넣고 있었다. 조그마한 간이무대에서는 4인조 브라스밴드가 악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이 밴드는 파리바게뜨 관련 행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얼굴들이다.
7m 남짓한 조그마한 길을 사이에 두고 뚜레쥬르가 있다. 강남대로에 처음으로 가게를 연다는 뚜레쥬르. 오픈일을 맞아 인디밴드가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무료로 배포될 빵과 음료수를 준비하는 매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전운은 감돌았다.
전쟁은 12시에 시작됐다. 포문을 연 것은 파리바게뜨의 브라스 밴드. 약 2분 뒤 뚜레쥬르에서 인디밴드의 공연도 시작됐다. 7번 출구에서 걸어나오던 사람들,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기 시작했다.
양측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저마다의 공연을 진행했다. 강남역 한 복판은 브라스, 밴드 음악에 인근가게에서 들려오는 아이돌 음악, 광고음악까지 섞이면서 그야말로 '난장'을 연상케 했다.
지나던 시민들도 한 마디씩 말을 던졌다. "어머 뭐하는 거야?",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 동시에 그들의 폰카도 렌즈를 열었다. 시민들은 빵집들의 전쟁을 카메라에, 휴대폰에 담기 시작했다.
12시7분. 브라스밴드가 철수했다. 인디밴드는 기세를 몰아 12시24분까지 공연을 이어갔다. 공연이 끝나고 조촐한 사인회까지 열리면서 매장 안으로 사람들을 몰고 들어갔다. 마술쇼와 함께 무료 빵과 커피가 손에 손에 들려졌다. 경품행사도 진행하고 있었다. 1등 경품은 모닝 자동차(1명)이고 자전거(5명)과 빵 교환권(30명)도 내걸었다.
12시30분. 브라스밴드는 다시 공연을 시작했고, 파리바게뜨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복숭아맛 음료수를 시음하게 해주고 무료쿠폰까지 배포했다. 룰렛게임으로 경품을 주는 행사까지 동원됐다. 1시간여 남짓한 점심시간동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행사를 진행했다. 본사에서 나온 직원들만도 20여명을 헤아렸다. 서로의 행사를 지켜보고 체크하는 모습이 첩보전을 연상케 했다. 이 같은 행사는 이날 저녁과 오는 28일에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 파리바게뜨 vs뚜레쥬르, 입맛 유행의 메카 '강남'에서 한판 뜬다
SPC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강남역 대로변에서 '3차 대전'을 벌였다. 지난 25일 SPC의 직영 파리바게뜨 매장이 리뉴얼한 데 이어 27일 바로 옆에 뚜레쥬르가 강남역점을 오픈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지난해 8월 분당 서현에서 1차 대전을 치렀다. 뚜레쥬르가 파리바게뜨 직영 매장 옆에 분당 서현점을 오픈하며 두 업체가 대대적인 마케팅 경쟁을 벌인 것. 뚜레쥬르 분당 서현점은 민트그린색, 오픈 키친 등 신규 BI를 적용한 첫 번째 점포다.
오픈 후 뚜레쥬르는 모델 홍보와 빵 증정행사 뿐 아니라 김일천 전 CJ푸드빌 대표가 매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는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 윤시윤과 이영아을 초청해 사인회를 여는 등 대규모 매장 홍보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가로수길'에서 '2차 대전'을 치렀다. 가로수길 초입에 파리바게뜨가 있었고 뚜레쥬르는 바로 옆에 매장을 열었다. 이 때에도 빵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각종 이벤트를 벌였다.
이처럼 뚜레쥬르가 끈질기게 파리바게뜨 옆을 공략하고 나서는 이유는 이른바 '2등 전략'이라는 게 업계 관계들의 분석이다. 특히 3차 대전이 벌어진 강남역 7번 출구 씨티극장 부근은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영점을 내 자사 업체를 홍보하는 상징적인 곳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뚜레쥬르가 우리 옆에 매장을 여는 일명 '미투 운영'을 하고 있다"며 "분당 서현점에 이어 가로수길 점, 이번엔 강남역점에 딱 붙어 매장을 열었다"며 "수 년간 일궈온 상권에 함부로 진입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슷한 점포들이 몰려있으면 상권은 커지는게 마케팅의 기본"이라며 "파리바게뜨는 우리(뚜레쥬르)를 과도하게 의식해 리뉴얼이나 마케팅을 무리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PC vs CJ푸드빌, 강남대로를 잡아야 상권을 잡는다
CJ푸드빌의 공습은 뚜레쥬르가 다가 아니었다. 파리바게뜨 바로 옆 건물은 CJ푸드빌의 또 다른 브랜드인 '투썸플러스커피'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었다. 투썸플러스커피는 투썸플레이스의 카페형 브랜드로 공사중인 현장이 1호 매장이 될 예정이다.
이전에는 CJ푸드빌의 아이스크림 체인인 '콜드스톤'이 있었지만 매장을 바꾸고 있었다. 카페이긴 하지만 SPC가 CJ푸드빌의 두 점포(뚜레쥬르·투썸플러스커피) 사이에 끼어서 샌드위치가 된 모양새다. 빵집에서 촉발은 됐지만 결국 두 그룹의 자존심 싸움이 될 분위기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강남대로에서 SPC는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 등 여러 브랜드들이 몇 년째 자리잡고 있다"며 "우리는 이제 한 곳을 열고 한 곳을 준비중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들의 마케팅 전쟁을 바라보는 눈은 어떨까? 현장에서 만나본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과잉 마케팅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 곳에 와서 두 빵집을 둘러보고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뒀다.
강남역 인근의 회사원인 김모씨(28)는 "양쪽 다 동네 빵집보다 종류도 다양한 것 같고,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진 것 같다"며 "무엇보다 깔끔한 분위기와 늦게까지 운영하는 면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실제 파리바게뜨는 자정(12시)까지, 뚜레쥬르는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한다. 두 매장 모두 간단한 식사로 대용할 수 있는 브런치 메뉴들을 갖췄다.
한편 두 빵집을 내세운 거대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자존심 대결은 조만간 또 이루어질 예정이다. 다만 이번에는 뚜레쥬르가 자리를 잡은 곳에 파리바게뜨가 도전장을 낼 전망이다.
파리바게뜨는 서울 압구정역에 뚜레쥬르 옆에 파스꾸치 건물을 리뉴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건물 1층에 파리바게뜨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스쿠찌는 SPC의 커피체인점이다.
한경닷컴 김하나·강지연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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