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일본 골프장을 가장 많이 소유한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61 · 사진)이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구리왕'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에 이어 '골프왕'에까지 탈세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유 회장에 대해 수십억원의 탈세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회사가 중소기업인데도 일본과 미국에 수천억원을 투자해 해외 부동산을 다수 확보한 사실을 파악,이날 압수수색한 자료를 분석하면서 매입 자금의 출처를 캐고 있다.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비롯해 회삿돈 관리 과정에서의 횡령,재산 국외도피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양행이 지난 4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재 세무서와 세금 분쟁 중에 있다. 강남세무서는 이 회사에 지난 2월 법인세 87억여원과 부가가치세 1억8000여만원을 고지했다. 이에 한국산업양행 측은 일단 해당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불복청구를 준비 중이다.

한국산업양행은 상선회사 출신인 유 회장이 1988년 설립한 골프카와 골프장 관리장비 공급업체로 '야마하' 골프카트를 일본에서 수입해 팔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 도쿄와 규슈 인근의 골프장 5곳(총 99홀)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도 대형 쇼핑센터와 콘도를 매입해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90억여원,영업이익 34억여원을 올렸다. 유 회장은 2004년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파산한 골프장을 잇따라 매입, 현지 골프업계에서 '거물'로 주목받았다. 미국에서도 상당 기간 부동산 투자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세청은 카자흐스탄의 구리 채광 · 제련 업체를 매각해 1조원의 차익을 남긴 차용규 카작무스 전 대표에 대해 사상 최대인 7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 전 대표는 카작무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놓고 이를 통해 국내 호텔 · 백화점에 투자하고 전국 곳곳의 빌딩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앞서 권혁 시도상선 회장에게는 무려 41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에 따라 권 회장에 대한 탈세 혐의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시도상선은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착수 직후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 인사를 한국사무소 대표로 영입해 '로비의혹'도 받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