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의 원조이자 세계 최대 업체인 그루폰(Groupon)이 한국 공략에 나섰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루폰의 최고경영자(CEO)인 앤드루 메이슨(Andrew Mason)이 오는 7일 첫 방한해 기자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방한은 아시아투어 중의 일정이다.

특히 메이슨 대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방문 예정 국가 중에서 한국을 가장 먼저 들릴 예정이다. 이는 그루폰 한국법인인 그루폰코리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성과가 뛰어났고 전략적 비중도 높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루폰은 지난 3월14일 국내에 진출했다. '첫 딜'로 온라인 쇼핑몰 위즈위드의 5만원짜리 상품권을 2만5000원에 할인 판매해 이날 판매량 부문에서 단숨에 2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그루폰은 제주도 2박3일 여행권, 주유권 등을 10~50%까지 할인 제공해 업계와 네티즌의 눈길을 모았다. 또 현재까지 4차례에 걸쳐 3000~4000원 가량의 식음료 자유이용권을 제공하는 메가딜을 진행했다.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티켓몬스터(티몬),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등 3강 체제를 유지해왔다. 3개 업체 모두 토종 업체였다. 하지만 그루폰이 파격적인 행사들을 내걸어 고객을 사로잡으면서 4위까지 안착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소셜커머스코리아 기준 그루폰코리아의 지난 4월 시장 점유율은 티몬의 4분의1에 불과했다. 하지만 5월 들어서는 주별로 적게는 12.66%에서 크게는 20.43%까지 점유율을 확대해가며 3~4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루폰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예정보다 조기에 정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국내법을 준수하면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루폰도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시장에서 3강 체제가 굳건하다보니 '조기철수설'까지 업계에 떠돌기도 했다. 여기에 나름대로 준비한 파격적인 마케팅 행사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신뢰성' 문제도 대두됐다.

대표적인 사건이 '15억짜리 공짜빵' 사건이었다. 그루폰코리아는 지난 5월3일 자정부터 총 50만명에게 3000원짜리 파리바게뜨 자유이용권을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예고했다가 행사 시작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취소했다. 이 때문에 그루폰은 고객들의 원성과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이 불거졌음에도, 그루폰은 국내 시장 공략에 한층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대대적인 물량 공세에 돌입했다. 국내 시장 1위에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루폰코리아는 신입 및 경력사원으로 100명을 모집하고 있다. 국내 진출 당시 사원수 25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40%의 인력을 충원하는 셈이다. 이번에 100명의 인력이 추가되면, 인적 규모만 4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중소기업(300명 미만)의 규모를 훌쩍 넘어서 중견기업(300~999명) 규모다. 국내 1위 업체인 티켓몬스터의 규모(460명)에도 바짝 다가서게 된다.

광고 규모도 대폭 늘렸다. 대형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에서 그루폰의 광고가 매일 도배 되다시피 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황금시간대로 여겨지는 오후 1시 안팎의 시간당 디스플레이 광고료는 3000만원 가량이다. 다음은 CPM(1000번 클릭시 가격)이 3000원으로 책정된다. 이 점을 고려하면 그루폰은 한 달동안 광고비로만 수억원을 쓴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루폰은 이처럼 CEO의 우선적인 방문 등 본사측의 지원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이에 대해 '위협'이나 '견제' 보다는 현재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신현성 티몬 대표는 "그루폰이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세계 1위 업체이지만 국내에서의 향후 전망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 종류를 다양화해 고객만족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면서 서비스 품질이나 경험에 대한 고객 불만을 낮추는 데 주력해 1위 자리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셜커머스는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 인원이 모이면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할인해주는 일종의 온라인 공동구매 사이트다. 2008년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당시 29세였던 앤드루 메이슨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메이슨은 자신의 휴대폰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모이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해 그루폰을 창업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