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앤캐시 채리티클래식에서 데뷔 2년 만에 첫 승을 올린 이승현(20 · 사진)은 "아직도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18번홀을 끝내고 스코어카드를 내고서야 연장에 들어가는 걸 알았어요. 바람이 많이 불긴 했지만 전날 10언더파가 리더였으니 7언더파 성적으로는 잘하면 5등 안에 들 거라고 생각했죠."

그는 다른 사람의 성적엔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샷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지난달 롯데마트 오픈에서 마지막 4라운드 7번홀까지 2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으나 이후 7타를 잃고 무너져 공동 9위로 추락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합 전 샷이 굉장히 좋은 상태였어요. 마음을 비우고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 마지막까지 우승을 놓고 경쟁한 장지혜가 파 퍼트를 놓쳐 자신의 우승이 확정됐을 때도 표정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막바지 대결 상대인 장지혜는 흉금을 터놓고 지내는 '절친'이다. "지난 겨울 베트남 전지훈련에서 동고동락하며 연습했고 서로 장점도 배우는 선의의 경쟁자예요. 승부가 끝났을 땐 좋으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언니가 먼저 축하한다며 꼭 껴안아줬어요. "

데뷔 2년도 안 돼 첫 승을 올린 그는 올해 페이드를 새롭게 장착했다. "올해 목표는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드는 것이었는데 우승하고 나니 욕심이 생겨요. 5위 안에 들고 싶고 기회가 되면 우승을 한번 더 하고 싶어요. "

정신력이 강조되는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대해서는 "승부욕을 더 불태우면서 능력의 150%를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