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프로축구에서도 선수가 돈을 받고 승부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25일 검찰수사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축구계가 승부 조작으로 몸살을 앓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손잡고 앞으로 10년 동안 2천만 유로를 쏟아부어 승부조작 퇴치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국내 축구계에서도 승부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은 적지 않았고, 종종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연봉이 적은 하위리그 선수들이 주로 표적이 됐다.

2008년에는 아마추어 팀이 참가하는 3부리그 격의 K3리그에서 두 명의 선수가 중국의 사기도박 일당으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그해 7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국 도박장 업주의 부탁을 받은 브로커로부터 게임당 400만원가량의 돈을 받고 수비를 느슨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해당 팀은 결국 해체됐다.

같은 해에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소속팀 선수들도 똑같은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승부조작을 요청한 중국의 도박업자들은 중국 내 모처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중계되는 경기를 지켜보며 거액의 판돈이 걸린 스포츠 도박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고교클럽 챌린지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부조작이 벌어져 관련자가 중징계를 받았다.

광양제철고가 포철공고에 1-5로 일부러 져준 사실이 드러나 대한축구협회가 양 팀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고, 두 팀은 그해 남은 대회와 초중고리그 왕중왕전 등에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광양제철고는 1-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34분부터 9분 동안 무려 5골을 내줘 패했다.

최근에는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였던 윤기원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승부조작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그의 자살동기가 승부조작에 관여해온 조직폭력배 등의 반복된 협박과 회유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경찰은 "주전 경쟁에서 밀려 힘들어했다"면서 승부조작과의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정확한 자살 원인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곳이긴 하지만 승부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검찰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 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지금까지 파악한 선수는 A구단의 골키퍼 한 명과 B구단의 미드필더 한 명으로, 두 사람 모두 유명하거나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니다. A, B구단은 모두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시민구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구속된 브로커 김모씨 등은 컵 대회인 '러시앤캐시컵 2011'에 출전한 두 선수에게 지난 4월 승부조작을 대가로 각각 1억원과 1억2천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축구경기가 열리기 전 승부를 예측하고 경기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토토식 복권'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기 위해 선수를 매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기록에는 승부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골키퍼는 3월부터 5월까지 소속팀이 치른 컵대회 5경기 가운데 4게임에 출전해 게임당 2~5골씩 허용해 모두 11점을 실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B구단의 미드필더도 컵대회 한 경기에 선발로 출장했으나 교체됐고, 팀은 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선수들이 받은 돈이 다른 선수들에게 흘러갔는지도 조사 중이어서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구단을 순회하면서 승부 조작에 연루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진행해온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프로축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이뤄졌다는 검찰의 이번 수사결과에 당혹스러워하면서 진상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축구를 총괄하는 대한축구협회와 해당 구단들도 정확한 진상을 확인한 뒤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