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는 라면의 스프와 같습니다. 기호에 맞게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정삼영 미국 롱아일랜드대 교수)

"잠재력 있는 재야의 운용자들이 헤지펀드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 기준을 낮춰야 합니다. "(강창주 하나UBS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

정부의 헤지펀드 도입 방안이 구체화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관련 제도 정비를 주문하고 있다. 시장 정착을 위해 초기 규제는 불가피하지만 헤지펀드의 특성상 다양한 전략을 쓸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 아니다

투자자와 업계 모두 헤지펀드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돈 놓고 돈 먹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교수도 "라면을 끊이면서 스프를 2~3개씩 넣으면 먹을 수 없다"며 "투자자 교육을 통해 헤지펀드 투자의 목적과 상품의 다양성을 이해하면 투자자 스스로 적절히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헤지펀드 운용역인 국제대체투자분석사(CAIA)가 2500여명씩인 반면 한국은 고작 37명"이라며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전략의 상품이 출시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강 본부장은 "초기 헤지펀드들이 자칫 국내 주식의 롱쇼트(저평가된 주식 매입 · 고평가 주식 공매도) 전략만 구사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외 주식이나 선물시장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외환 관련법 등 법적 ·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용업자 진입 기회 넓혀야

최근 나온 정부의 헤지펀드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김은수 우리투자증권 상품전략본부장은 "자문사 일임계약 규모가 2500억원 이상인 곳은 10여군데에 불과하다"며 "풍부한 상상력과 운용 능력을 지닌 고수들의 진입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일임계약 2500억~5000억원 이상 자문사에 헤지펀드 운용업자 자격을 주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강 본부장은 "헤지펀드는 금융벤처"라며 "훌륭한 운용 전략이나 기법을 가진 운용자들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 가입 자격 제한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조재민 KB자산운용 사장은 "시장이 과도하게 투기적으로 흐르지 않고 헤지펀드 본류인 절대수익형으로 가기 위해서는 투자자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최소 10억원 이상 넣을 수 있는 고객이라면 스스로 판단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본부장은 "헤지펀드에 최소 5억~10억원을 넣는 투자자라면 실제 보유 자산은 250억~500억원 정도는 될 것"이라며 "이런 수준으로 제한하면 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황 사장은 "자투리 헤지펀드 난립을 막기 위해 최소 가입금액의 제한은 두지만 가입자 수는 열어 놓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증권사와 운용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견해도 제시됐다. 황 사장은 "운용사 간 초기 수익률 경쟁은 헤지펀드 시장을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다"며 "절대수익이라는 상품 성격에 맞는 운용철학과 전략을 지켜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본부장은 "헤지펀드 운용 관련 부수업무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이자 판매창구인 증권사가 상품과 운용사를 제대로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