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와 함께 국내 기업의 인력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종업원 500인 이상 기업체의 여성 근로자 비율은 30%를 넘었고,197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Y세대의 비중도 20%가 넘는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으면서 외국인 임직원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다양한 인력 구성은 창의와 혁신의 원천이 될 수 있지만,조직의 응집력을 떨어뜨리고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성 관리가 필요하다.

다양성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리기 위한 첫 단계는 다양성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정립하고 구성원들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다양성의 시대는 자기 분야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와 협력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다재다능형 인재(versatilist)를 요구한다. 기업은 이런 인재상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구성원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도 중요하다. 채용과 승진 등에서 인종이나 연령,성별 등에 따른 편견과 차별이 작용하면 다양성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다양성 활용의 두 번째 단계는 창의적인 팀워크와 건설적인 논쟁을 촉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때 조직 다양성의 긍정적 효과는 배가된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즈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팀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높인 좋은 사례다. 비틀즈는 다른 록그룹과 달리 드럼을 무대 중앙에 배치해 드럼 연주자인 링고 스타가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고,새로운 앨범을 낼 때는 스타를 위한 노래를 따로 만들어 특별 무대를 제공했다. 개성과 팀워크를 결합해 비틀즈는 최고의 록그룹이 됐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멤버들도 자기 분야에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산업디자인 기업 IDEO는 건축가와 공학자는 물론 인류학자와 심리학자까지 참여하는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이 회사는 △비판은 금물 △자유로운 분위기 △질보다 양 등의 원칙을 세워놓고 토론을 벌인다.

마지막으로는 다양성을 조직문화 차원으로 체화해 기업의 핵심 DNA로 발전시켜야 한다. 코닝 3M IBM 등은 전담 부서를 두고 인력 채용과 직원 교육,인사 등에서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조직 다양성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구성원의 성별,연령,인종이 다양해지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한국경영학회는 앞으로 10년간 주목해야 할 10대 키워드의 하나로 '다양성 포용경영'을 꼽았다.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조직 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선진 기업은 이미 다양성을 창의와 혁신의 필수 요건으로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며 시너지를 창출할 때 조직 다양성은 혁신의 원동력으로 결실을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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