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은행권 빅뱅 와도 中企금융 1위 위상엔 변화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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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기업은행장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다음달 1일부터 국내외 639개 영업점에 내걸릴 슬로건을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최근 개인고객 1000만명 돌파를 달성했지만,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수신기반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 조 행장의 생각이다.
"기업은행은 대출액 중 70% 이상을 중소기업에 배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각 가정에서 소액이라도 기업은행에 맡기면 이 돈은 중소기업 대출로 사용됩니다.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근간 아닙니까. 기업은행 예금자들은 중소기업,나아가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
조 행장은 "앞으로 은행권이 인수 · 합병(M&A) 등으로 재편되더라도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기업은행의 1위 위상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민영화가 되더라도 기업은행의 강점인 중소기업 금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은행에 대한 지분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저축은행 인수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며 카드부문 분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954년생인 조 행장은 경북 상주고,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일본 도쿄지점장,종합기획부장,경영지원본부장,수석부행장 등을 거쳐 지난해 말 기업은행장에 취임했다.
▼기업은행의 첫 내부 출신 행장으로서 소감은.
"임직원들의 자부심과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제가 은행 업무를 너무 잘 알아 오히려 피곤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간 은행 실무를 다루지 않은 외부 출신 행장이 더 편했다는 얘기겠죠.저는 이 말을 듣고 기업은행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임직원들이 대충 영업해도 외부 출신들이 제대로 지적을 못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리딩 뱅크가 될 수 없습니다. 기업은행은 이제 50년 됐습니다. 앞으로 100년 기업으로 뻗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내부의 폐습들을 뿌리뽑아야 할 것입니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렸는데 문제는 없습니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부터 2010년 말까지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은 19조3000억원 늘었어요. 이 중 17조6000억원(91%)을 기업은행이 담당했습니다. 지난해엔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9000억원 줄었습니다. 기업은행이 5조2000억원 늘렸으니까 다른 은행들은 6조1000억원 줄였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유일한 친구입니다. 그렇다고 마구 늘린 것은 아닙니다.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했죠.작년 말 대출 연체율은 0.67%로 은행 평균(1.79%)보다 훨씬 낮습니다. "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는.
"기업은행의 정부 지분(수출입은행 및 정책금융공사 포함)은 보통주 기준으로 72.1%입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 물량이 적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물량이 풍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정부에 이를 설명했고 정부도 주식 물량 확충 방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정부 예산에 기업은행 주식매각 대금 7200억원이 잡혀 있는데,이를 지분율로 환산하면 6.2% 정도입니다. "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추진 등 은행권 재편 논의가 활발합니다.
"산은금융지주가 우리은행과 합쳐지더라도 중소기업 전문 기업은행의 지위와 역할은 바뀌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은행의 규모는 더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누가 더 탄탄한 은행인지가 중요하죠.오래 살아남는 자가 결국 이기게 됩니다. 세계 1등 은행들은 모두 호황기 때 커진 것이 아니라 위기 때 인수 · 합병(M&A)을 통해 커졌습니다. 기업은행도 평소에는 내실경영과 정도경영으로 '독수리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먹잇감(매물)이 나올 때 재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은행이 될 것입니다. "
▼저축은행 인수 계획이 있습니까.
"기업은행은 1993년 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을 인수했다가 큰 손실을 보고 2004년 청산한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당시 1934억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저축은행을 인수하기엔 아직 중소기업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게 내부 의견입니다. 기업은행은 지금도 IBK캐피탈과 미소금융을 통해 서민금융사업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방향을 면밀히 보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역할이 필요하면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입니다. "
▼시중은행들이 신용카드부문 분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도 가능성이 있습니까.
"카드 분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은행 카드부문은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이 4.2%에 불과해 분사 등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대신 우량 회원 모집 및 유효 회원 증대로 내실을 다질 것입니다. "
▼해외진출 전략은 어떻게 짜고 있습니까.
"중소기업이 가는 곳에 기업은행이 갑니다. 지금 중소기업이 가장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곳은 중국과 베트남입니다. 기업은행도 당연히 여기에 중점 진출해야겠죠.베트남에선 지점 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현지 은행에 지분을 출자해 교두보를 만들고 아시아 영업망 구축에 나설 계획입니다. 총 지분 가운데 10~20%를 갖고 있다가 나중에 민영화시킬 때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반기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해외 금융회사 M&A는 안 할 겁니다. 중국은 현재 8개 점포를 올해 말까지 10개로 늘릴 예정입니다. "
▼문화콘텐츠 관련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고용 창출 측면에서 제조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문화콘텐츠 산업이 커야 합니다. 기업은행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따로 부서도 만들고 문화콘텐츠 산업의 기획,제작,배급,유통 및 소비 등 전 과정별로 필요한 금융지원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문화콘텐츠 보증부 대출 등을 통해 앞으로 3년간 약 4500억원을 지원할 것입니다. "
▼올해 경영 목표 달성은 문제 없습니까.
"올해 말까지 총자산 4%,대출은 6.3% 수준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현장경영'을 토대로 기업은행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할 것입니다. 임직원들에게도 일할 때나 놀 때나 모두 고객이 있는 현장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현장으로 파고들 수밖에 없죠."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