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달라졌다. 올 들어 통화정책의 중심을 물가 안정에 두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김 총재가 최근에는 물가 불안보다 경기 불확실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느려질 전망이다.

김 총재는 24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형태가 돼서 우리에게 돌아올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한은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 개회식에서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까지 올리려면) 글로벌 환경이 정상화돼야 하고 선진국과 신흥국 양쪽을 다 보고 가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대외 불확실성을 언급한 것이다.

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느려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강연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금리 정상화는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3일에는 "금리 인상은 어떤 속도로 어떻게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 발언의 변화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물가에 대한 우려는 덜해진 반면 유럽 재정위기와 저축은행 부실 등으로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