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김민영 부산 · 부산2저축은행 대표(65 · 구속)가 소장한 월인석보(사진) 등 보물 18점과 고서화 등 문화재 1000여점을 확보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대표의 소장품을 모두 담는 데 박스 42개가 필요했고 트럭 3대에 나눠 실을 분량이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들 모두는 매도되거나 지인에게 맡겨지는 등 김 대표의 '숨겨진 재산'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는 수사망이 좁혀오던 지난 3월 컬렉터이자 사업가 S씨에게 보물 18점을 10억원에 매도했으나 최근 매매대금을 S씨에게 돌려주고 매매계약을 해제했다. 매매계약 해제 시점은 검찰이 김 대표의 보물 '급매' 의혹 수사에 나선 뒤였다.

김 대표는 소장하고 있던 고서화 950여점 등 다른 문화재도 지인에게 맡겨두는 방법으로 은닉했으나 역시 임의제출 대상이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 대표 소유 보물과 고서화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의 담보로 부산저축은행과 예금보험공사에 제출된다.

검찰은 일단 확보한 김 대표 소장품을 중수부 사무실 내에 보관했다가 조만간 예금보험공사로 인계할 예정이다. 이번에 검찰이 확보한 소장품만 해도 수십억원대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김 대표에게 자세한 문화재 내역을 확인하고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사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불교 관련 문화재 등을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3월22일 월인석보 권9 · 10(보물 제745-3호),경국대전 권3(1521호),정약용 필적 하피첩(2683-2호) 등 소장 보물 18점을 동시에 매도했다.

한편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호경)는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로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초 경남도 함양군 옥매리조트 시행업자 박모씨(구속)에게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천사령 전 경남도 함양군수가 이날 구속됐다. 검찰은 이철우 현 함양군수도 박씨에게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이날 소환조사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