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3일 2기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사무총장에 정장선 의원(3선 · 경기 평택),정책위 의장에 박영선 의원(재선 · 서울 구로을),대변인에 이용섭 의원(초선 · 광주 광산을)을 임명했다. 지난해 '10 · 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취임한 직후 당직 인사를 했지만 이번이 사실상 처음으로 '손심(孫心)'을 100% 반영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당시 '한나라당 출신' 꼬리표가 붙어 있던 손 대표로서는 인사에서 의중을 적극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4 · 27 재 · 보선에서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리던 분당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승리,당내 위상을 다진 뒤 본격적으로 자신의 뜻을 담은 쇄신형 지도부를 구성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손 대표가 수도권 '정책통' 의원들을 전면 배치한 데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응은 평소와 달랐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의식한 것 같다"며 "생산적인 경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정책적으로 공격력이 높은 박 의원을 전면 배치한 만큼 우리가 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사위 간사로 정부 여당에서 가장 껄끄러워하는 박 의원과 여야 정치권에서 인정하는 정책통을 당 대변인으로 임명한 데 대한 여당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손 대표는 원내대표에 정통 경제관료 출신 김진표 의원이 뽑힌 것을 감안,진보적 색채가 강한 박 의원을 정책위 의장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녕 출신이지만 수도권 의원으로 당내에서 '목소리가 큰' 박 의원을 정책위 의장으로 내세우고 호남 배려 차원에서 이 의원을 원톱 대변인으로 내세운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쇄신을 주창하는 황우여 원내대표가 수도권이고 7월 전당대회 주자들 대부분이 수도권이라는 점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한 의원은 "수도권 민심이 많이 떠나 있는데 우리도 유권자들을 향해 더욱 진정성을 가지고 정책과 당 쇄신에 목소리를 높이는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