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기술은 23일 '삼성' 브랜드를 단 내비게이션 기기를 처음으로 내놨다. 제품 공개 장소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지하 1층 딜라이트 홍보관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월드 IT쇼 2011'에서도 삼성전자 홍보관에 자리를 잡고 신제품을 전시했다.

◆삼성 현대차 SK 속속 진출

이번 제품 출시는 삼성의 내비게이션 시장 본격 진출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통신기술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최대주주(45.03%)로 1996년에 출자가 이뤄졌다. 고속도로에서 쓰는 하이패스 단말기를 비롯해 네트워크 장비,디지털 도어록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시장에는 2009년 진출해 '엠피온'이라는 브랜드를 써왔지만 이번에 '삼성'으로 바꿨다.

현대자동차,SK 등 대기업들도 계열사를 통해 지도사업을 앞세워 내비게이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앰엔소프트도 자사 전자지도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결합한 위치기반서비스(LBS) '플레이맵'과 '플레이스 태그'를 선보였다. LBS 서비스 플랫폼을 확보해 향후 지역 광고 등 다른 사업과 연계시키겠다는 행보다. SK마케팅앤컴퍼니도 다음달 별도 LBS 서비스를 내놓는다.

◆왜 뛰어드나

대기업들이 뒤늦게 내비게이션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스마트폰에서 촉발한 '모바일 혁명'이 태블릿PC를 넘어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결합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IT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텔레매틱스'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는 일상 생활에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또 외부와 독립된 공간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자동차와 IT업체들은 독자적인 기술 개발 및 상호 제휴를 통해 상호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터넷 업체 NHN이 지난달 현대 · 기아차와 텔레매틱스 서비스 사업 제휴를 맺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성호 NHN 서비스본부장은 "텔레매틱스용 단말기는 스마트폰 스마트TV에 이은 또 하나의 N스크린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통신기술 측도 이 같은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이국희 서울통신기술 상무는 "앞으로 자동차 안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 획득이나 음악 동영상 게임 등 각종 오락을 즐기려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통신기술은 최근 출시한 'SEN-240'부터 모든 신제품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용으로 개발되는 각종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통신사도 진출 본격화

SK텔레콤은 자사 전자지도 'T맵'을 내비게이션 기기 전문업체들이 쓸 수 있도록 했다. 국내 2위 내비게이션 업체 파인디지털이 이달 초 내놓은 '파인드라이브 IQ-T'에 전자지도 'T맵'을 활용한 통신형 내비게이션 솔루션 'T맵내비'를 공급했다. SK텔레콤은 온라인 음원 서비스 '멜론',동영상 서비스 '호핀',애플리케이션 마켓 'T스토어'를 이들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종의 서비스 플랫폼 공급 사업에 나선 셈이다. KT의 렌터카 부문 자회사인 KT렌탈도 지난해 말 1위 내비게이션 업체 팅크웨어와 텔레매틱스 사업 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텔레매틱스 단말기

차량 내에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기기를 일컫는다. 최근 내비게이션에 통신 기능을 추가한 내비게이션들이 대표적인 텔레매틱스 단말이라고 할 수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