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휠라코리아, 타이틀리스트 인수] "운용사 글로벌화 못했다면 이런 기회 절대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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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해외 매각 자문사에서 인수의사 먼저 타진
최종 인수가 제출한 후 금액 적게 쓴 것 같아 '찜찜'
규모보다 콘텐츠로 승부…'금융의 삼성전자' 되겠다
해외 매각 자문사에서 인수의사 먼저 타진
최종 인수가 제출한 후 금액 적게 쓴 것 같아 '찜찜'
규모보다 콘텐츠로 승부…'금융의 삼성전자' 되겠다
"미래에셋이 국내에만 안주했다면 이번 기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글로벌화의 결실입니다. "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20일 미래에셋 사모투자전문회사(PEF)와 휠라코리아 컨소시엄이 아큐시네트와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큐시네트 인수 경쟁자였던 아디다스그룹과 캘러웨이 · 블랙스톤 컨소시엄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인수 성공은 미래에셋이 PEF업계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국내 기업이 세계 굴지의 브랜드와 제휴해 글로벌 기업으로 커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 같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 과정을 소개한다면.
"이번 M&A의 매각 자문을 맡은 쪽에서 지난 1월 먼저 인수 의사를 타진해와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인수해 빠르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큰 관심을 가졌다. 이런 생각을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에게 제안했더니,윤 회장이 선뜻 받아들였다. 준비 과정은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
▼막판에 불안감도 상당했다는데.
"1차 입찰 결과 인수 대상으로 6개사가 선정됐다. 지난 14일 최종 2개사로 압축됐다. 캘러웨이 · 블랙스톤과 스미토모그룹 등이 떨어졌지만 우리는 당당히 포함됐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최종 인수가를 써내곤 금액을 너무 적게 쓴 것 같아 솔직히 찜찜했다. 나중에 보니 아디다스그룹과 금액은 엇비슷했다. 우리가 제시한 앞으로의 경영계획이 후한 점수를 받은 것 같다. "
▼어떤 경영계획을 제시했는가.
"아시아 지역의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했다. 파는 쪽에서 감명을 크게 받은 것 같았다. 한국 증시와 홍콩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도 제안했다. 그 쪽에서는 타이틀리스트 등의 영업을 아시아 시장에서 더욱 확대하고 싶어했다. 이런 의중을 읽고 제시한 전략이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
▼아큐시네트 인수를 성공시킨 의의를 설명한다면.
"운용사가 세계 시장에 나간 결과다. 한국 금융의 삼성전자가 되기 위한 씨를 뿌렸는데 조금씩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이 꾸준히 글로벌화를 추진한 결과 이제 해외 쪽에 영향력이 있는 IB(투자은행)들과 대등하게 얘기할 정도가 됐다. 이번 M&A도 이런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해외 IB가 먼저 제안을 해왔으니 말이다. "
▼미래에셋의 글로벌화는 어느 수준인가.
"7년여 전인 2003년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금융회사 중에서도 해외에 진출하고 투자하는 곳이 나와야 한다는 신념에서였다. 현재 홍콩 인도 영국 미국 브라질 등 5곳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최근엔 대만의 자산운용사도 인수했다. 상하이와 베트남에는 사무소를 두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형 펀드 자금을 모집해 33조원의 해외 투자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신흥시장에서는 영국 바클레이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손이라고 할 수 있다. "
▼추가적인 해외 진출 계획은.
"이따금 국내 금융회사들이 매물로 나오면 미래에셋이 거론되는데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데에는 관심없다. 하지만 밖(해외)에서는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인수할 생각이다. 지금도 추가로 인수할 곳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인수 대상 회사의 규모가 클 필요는 없다. 미래에셋에 딱 맞는 회사를 선택할 계획이다. "
▼한국 PEF업계의 현주소는.
"해외 M&A 시장에서 국내 PEF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해외로 나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신뢰를 쌓아 나갈 때 M&A 시장에서 기회가 주어진다고 본다. 이렇게 한두 번씩 트랙 레코드(경험)를 쌓아간다면 블랙스톤이나 KKR과 같은 세계적인 PEF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도 머지않다고 본다. "
▼금융의 삼성전자 얘기를 하곤 했는데.
"급하면 안 된다고 본다.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금융의 삼성전자는 규모만 갖고 따지면 곤란하다. 규모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미래에셋만의 콘텐츠와 퀄리티로 싸워 나갈 예정이다. 그러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
▼금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금융의 소프트웨어는 사람이다. 사람이 생각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을 키워야 한다. 이번 딜도 미래에셋의 주도로 전략적 투자자(SI)를 제대로 끌어들여 경쟁력 있는 인수 방안을 제시한 결과물이다. 제안이 왔을 때 이를 받아들이고 처리할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M&A였다. "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와 비슷한 딜에 참여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이번 딜은 국내 M&A 역사상 새로운 기법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주도해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는 방식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운용사가 기업을 SI로 선택했다. 이를 통해 세계적 브랜드를 인수하게 됐다. 국내 기업이 단숨에 글로벌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