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횡령·배임 사건과 퇴출 등으로 코스닥시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유가증권시장과 다른 소득세법 적용도 이들의 코스닥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아이넷, SIMPAC METALLOY, 에이블씨엔씨, 한국토지신탁 등이 코스닥 시장 탈출을 꾀하고 있다. 코오롱아이넷과 SIMPAC METALLOY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이미 제출했고, 에이블씨엔씨는 이전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준비 중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주총에서 이전상장을 결의했으나 작년 적자기록으로 일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시장 신뢰도 하락도 문제지만 양도소득세법 족쇄가 코스닥기업들을 유가증권시장으로 몰고 있다.

상장사 주식거래 시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원칙이다. 그러나 대주주나 장외거래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소득세법상 '대주주'의 기준이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이 다르다는데 있다.

2005년 8월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코스닥상장법인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하거나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중소기업은 차익의 10%, 대기업은 20%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시행령 개정 이전에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 구분없이 대주주의 요건이 지분 3% 이상 또는 100억원 이상으로 같았다.

정진교 코스닥협회 회원사업부장은 "2005년 개정은 중소·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해 이뤄진 것이나 시가총액 기준을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낮추면서 과세대상이 확대돼 코스닥기업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으로 보유지분이 3% 미만이나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50억~100억원에 해당하는 주주들이 과세 대상에 포함돼 코스닥기업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부장은 "양도소득세의 과세 대상은 재산가치를 기준으로 결정돼야 하는데, 소속 시장의 차이를 이유로 다른 과세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코스닥협회는 최근 대주주의 소유주식 금액기준을 유가증권시장과 동일한 100억원 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지식경제부에 전달했고, 앞으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도 보낼 예정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의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양도세를 이유로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요구해 이전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는 코스닥협회의 개선안에 대한 정부의 반응을 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요 투자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세법에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코스닥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