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세계 주요 국가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양대 기관이다. IMD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는 각국의 경쟁력을 비교해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권위있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런 IMD가 사고를 쳤다.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면서 계산 착오로 특정 항목의 순위를 47단계나 떨어뜨린 것.이를 발견한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고 정정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국제적 명성에 금이 갈 정도의 황당한 실수라는 반응이다.

실수가 확인된 것은 이달 중순.IMD는 '2011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공식 발표하기 전 우리 정부에 확인차 미리 자료를 건넸다. 평가 순위를 받아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담당자들은 크게 당황했다. 전체 국가경쟁력은 59개국 중 22위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경제 성과' 부문의 세부항목인 '국제투자'가 전체 평가 대상 59개국 가운데 53위로 지난해(50위)보다 3단계나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전체 국가경쟁력은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구축' 등 4개 부문의 점수를 평가해 매겨진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만큼 '경제 성과' 부문이 개선돼야 했는데도 거꾸로 21위에서 25위로 4단계 떨어졌다.

원인을 찾던 담당자들은 국제투자 부문의 하위 평가항목인 '포트폴리오 투자 채무'가 지난해 53위에서 올해 56위로 떨어진 사실을 발견했다. 국내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 투자'에 대한 외국인의 총 투자액을 평가한 항목으로 규모가 클수록 순위는 올라가야 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는 외국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 나갔지만 이듬해에는 국내로 많이 들어왔다"며 "IMD 측이 실수를 하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정부와 금융위는 한국의 데이터를 IMD 측에 건네주는 삼성경제연구소에 질의했다. 하루 만에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포트폴리오 투자 채무가 493억달러인데 -493억달러로 데이터를 잘못 입력했다는 것.제대로 된 데이터를 적용하자 이 항목의 평가 순위는 56위에서 9위로 단숨에 47단계나 뛰어올랐다.

IMD 측은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한 이 항목의 순위를 정정했다. 그러나 이 항목의 상위 부문인 국제투자는 물론 전체 국가경쟁력 순위는 동일하다고 IMD 측은 설명했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개가 넘는 세부항목으로 결정되는 만큼 1개 항목으로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MD의 국가경쟁력 순위에 대한 신뢰성을 따져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임민영 한국산업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IMD는 이론적 평가모델 없이 설문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등 자의적으로 평가 기준을 정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