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각국이 자동차 연비 규제에 나서면서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자동차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GM 현대자동차 르노자동차 등이 전기차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를 비롯해 전기 관련 중소 부품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등 산업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가 주최한 제2회 코리아 이니셔티브가 18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전기자동차시장이 가져올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란 주제로 열렸다.

◆전기차 보편화 빨라진다

미국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모터스가 로드스터를 내놓은 이후 일본 닛산의 리프,GM 볼트,현대차의 블루온 등 전기차들이 쏟아지고 있다. 르노자동차는 플루언스 등 4개 모델을 올 하반기에 출시한다. 일본 혼다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소형 하이브리드카에 주력하고 있으며 닛산은 수년 내에 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도 세워둔 상태다. 벤츠 BMW 등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전기차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벤츠는 중국 BYD와 합작사를 설립해 2013년 고급 전기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솔라앤에너지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의 전 세계 판매 대수가 올해 6200만대에서 2015년에는 83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권상순 르노삼성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이사는 "지난해 1만대 수준이던 국내 친환경차 시장 규모는 2015년 30만대,2030년에는 106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차전지,전기차 타고 퀀텀점프

리튬이온배터리 등 2차전지 시장이 전기차 보급 확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차는 휴대폰에 비해 5000배 이상의 배터리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솔라앤에너지는 전기차용 2차전지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0년 10억달러에서 2015년 80억달러로 8배 늘어나고 2020년에는 560억달러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가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전력을 저장해두는 전력저장장치(ESS)로도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솔라앤에너지는 ESS용 리튬전지 시장은 올해 17억달러에서 2015년 209억달러,2020년에는 412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리튬전지 시장은 한국이 주도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시됐다. 세계 리튬전지 시장은 삼성SDI가 시장점유율 20.1%로 1위에 올라있고 LG화학(14.1%)이 일본 산요(19.2%)에 이은 3위다. 홍유식 솔라앤에너지 상무는 "국내 기업들은 우수한 맨파워를 기반으로 품질과 비용 경쟁력에서 앞서 있다"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부품 중기에도 기회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2차전지 소재분야에도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애경유화와 음극재 기술 개발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의 이형복 상무는 "석유에서 나오는 타르 등을 이용해 새로운 전지 원료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소재 기술을 확보하고 나면 상당량의 소재를 외주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한호 LG화학 연구위원은 "리튬전지가 앞으로도 60년가량은 더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면서도 "10년 내에 신소재를 활용한 전지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전기 관련 부품기업들도 부각되고 있다. 조영우 현대차 환경기술기획지원팀장은 "자동차 부품의 절반 이상이 2차전지 구동모터 같은 전기 관련 부품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홍 상무는 "전지는 반도체 LCD 등과 제조공정이 유사한 특성이 있어 국내 관련 부품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