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때 백신 맞고 간질…14세男 승소

생후 7개월 때 백신을 맞은 남아(男兒)가 후유장애를 입은 사건에서 법원이 `예방접종과 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서태환 부장판사)는 18일 A(14)군이 질병관리본부장을 상대로 제기한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인정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장애인정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군은 발작을 의심할 증상이나 병력이 전혀 없다가 백신 투여 후 하루 만에 경련과 강직 등 복합부분발작(complex partial seizure) 장애증세가 일어났고 여타 원인이 개입됐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예방접종과 후유장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질병관리본부 자문의(醫)가 `간질이 접종 때문에 생겼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당시 투여한 DTaP 백신은 치매로살 같은 독소물질을 함유하고 이들이 간질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 혹은 A군이 원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뇌를 갖고 있는데 독소 물질 때문에 악화했을 여지가 있다'는 소견을 낸 것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군은 생후 7개월 무렵 경기도의 한 보건지소에서 디프테리아와 백일해, 파상풍의 혼합백신인 DTaP 0.5㎖와 소아마비 백신 0.2㎖를 근육주사와 경구용 약의 형태로 각각 몸에 투여했다.

그는 다음날 10∼20초씩 의식을 잃고 온몸 경련, 안구 편위, 왼팔 강직 등 복합부분발작 장애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고 질병관리본부에서 소정의 피해보상액과 진료비를 받았다.

그런데 이후 발작 증상이 재발하고 증세가 악화해 2008년 6월께 장애등급 1급 (간질장애 2급, 지적장애 3급)판정을 받았고 이에 A군의 아버지가 장애보상금을 신청했지만 `난치성 간질과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없으며 과거 판례 등을 참고했을 때 백신 때문일 가능성이 불명확하다'는 취지로 거부됐다.

이들은 이의 신청을 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예방접종으로 장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A군과 부모는 `주치의의 과실과 제약사의 안전의무 불이행으로 장애가 발생했다'며 보건지소 의사와 해당 지방자치단체, 백신 제조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는데 `접종과 장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과실이나 약품 제조상 잘못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법원 관계자는 "백신 접종과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한 것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며 백신을 접종한 시점이나 이에 관한 의학적 견해, 관련 민사사건의 결과 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