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해안 일대는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산업 메카다. 삼성전자는 2005년 아산에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현대자동차는 2006년 아산공장을 가동했다. 현대모비스 한라 만도 등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모여들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작년에 고로를 갖추고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충남이 기업들의 메카로 부상한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다. 높아진 수도권 진입 장벽을 피해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충남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기업이 늘면서 충남은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 성장도 빨라지고 있다.

◆충남 성장률, 전국 평균의 2배

한국경제신문이 16개 광역 시 · 도의 지역총생산(GRDP)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충남의 경제 규모는 최근 10년간 2배 넘게 성장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충남지역 총생산(2005년 구매력 기준)은 28조302억원에서 60조216억원으로 불어나 증가율이 114.8%에 달했다. 전국 평균(44.3%)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충남이 8.2%로 전국 평균(3.7%)을 크게 앞질렀다. 충남 경제를 국가 단위로 비교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속도로 커지고 있다.

2000년 말 11만9149개였던 충남 지역 내 기업 수(개인기업 포함)는 2009년 말 13만1555개로 10.4% 늘었다. 사업체 종사자 수는 49만6966명에서 66만5433명으로 33.9% 증가했다.

충남 지역 싱크탱크인 충남발전연구원은 경제 규모가 지난해 12.9% 성장했고,올해도 8.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고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김양중 충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외 경기 회복으로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며 "업황 개선으로 올해 채용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인당 GDP,올해 울산 추월

지역 경기 활성화는 충남을 전국 최고의 '부자 동네'로 밀어 올리고 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충남 지역의 1인당 GDP 증가 추세가 단적인 예다.

최근 10년간 충남 인구는 6% 늘었지만 생산액은 102.6% 증가했다. 2위 경북(53.1%)과는 두 배 차이다. 전국 평균(38.4%)과 비교하면 3배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2000년 5위였던 충남의 1인당 GDP는 2009년 2955만원으로 전통의 산업 메카인 울산(3160만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충남 8.2%,울산 2.9%)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올해 1인당 GDP는 충남이 3459만원,울산이 3345만원으로 처음 울산을 추월해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행정수도)나 과학벨트가 충남으로 이전하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양극화?

충남의 급성장은 정부의 수도권 규제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1982년 수도권 정비계획법 제정 이후 정부가 수도권 과밀 억제와 국토 균형 발전을 추진하면서 반사이익을 독식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이 성장하면서 인구와 자본을 끌어들이고 땅값이 상승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그 효과가 외부로 확산된다"며 "여기에 정부의 수도권 규제가 겹쳐 충청권이 빠르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수도권 규제가 지역 균형 발전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새로운 경제력 집중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기업이 자연스럽게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안건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한국은) 아직 살아남느냐 낙후되느냐 갈림길에 있다"며 "지역 분산 정책을 펴더라도 효율적인 집중 발전으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GRDP

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지역총생산). 지역을 하나의 경제 단위로 보고 일정 기간 총생산을 산출해 계산한다. 국내에선 통계청이 1985년부터 16개 광역시 · 도의 GRDP를 산출해 발표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 분석과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국가로 치면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개념이다.

주용석/이호기/서보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