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달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면 '저금리 시대'가 끝날 것으로 보고 이자가 쌀 때 최대한 자금을 조달해두자는 판단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 시장조사 기업인 딜로직을 인용해 16,17일 이틀 동안에만 미국 투자등급 기업들이 19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16일 1999년 이후 처음으로 35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했으며,같은 날 구글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존슨앤드존슨은 17일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37억5000만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그레이트플레인스에너지 등 중소기업들도 채권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567억달러로 이미 지난달 전체 발행 규모인 596억달러에 육박했다.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선 건 최근 몇 주간 금리가 연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FRB가 6월에 6000억달러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면 금리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TI는 내셔널세미컨덕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했으며 2년물의 경우 금리는 연 1% 미만이다.

최근 주식 및 상품시장은 FRB가 6월 출구전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안전자산인 채권 수요를 늘려 금리가 더욱 낮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7일 3.118%에 거래돼 지난 2월 3.725%에 비해 0.6%포인트가량 낮아졌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6일 3억5000만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한 그레이트플레인스의 마이클 클라인 CFO는 "채권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 속도가 굉장히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금 조달이 필요한 사람들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