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애향 기업인'으로 이름난 안길원 무영건축 회장(66)이 최근 옹진군청을 방문해 조윤길 옹진군수(61)를 만났다. 조 군수는 안 회장의 백령중학교 5년 후배.두 사람은 안 회장이 고향을 찾을 때 흉금을 터놓고 서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이날도 지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태의 후유증에 대한 얘기를 시작으로 옹진군의 현안과 발전 방안에 대해 1시간 남짓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안길원 회장=지난해 3월과 11월 잇따라 터진 북한의 백령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태로 옹진군 관내의 백령도와 연평도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더군요. 국민이 접경지역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조윤길 군수=비극적인 사건으로 백령도 등 서해 5도의 남북 긴장감이 고조돼 한때 어업이 제한받고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져 주민생업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안 회장=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천안함 사태 등을 계기로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고 외국인 관광객도 이 참상을 잊지 않도록 역사적인 공간과 기념적인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백령도에 세워진 추모공원은 차량도 유턴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고 기념 조형물도 작아 문제가 있어요.

▼조 군수=일부 사람들은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임이 입증됐는데도 '내부 소행'이라는 좌파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봐요.

▼안 회장=영국 템스강변에 가면 6 · 25참전 군함을 기념 전시해놨고 하와이에는 2차대전 때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침몰된 미군 함정을 정박시켜 관광객들의 관광코스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침략상과 살아있는 역사를 보여주는 산 교재이기도 하지요. 백령도와 연평도는 희생자 추모와 함께 안보와 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연평도 사건 등으로 주민 희생과 주택 파손 등 관내 섬들이 큰 피해를 보았는데 정부의 지원은 있었나요.

▼조 군수=정부가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정주수당으로 매월 생활지원금과 학자금을 지원하고 대학특례입학도 가능토록 하고 있습니다. 또 주택 개량 등 복구비와 정주여건 향상을 위해 900억원을 지원해줬죠.

▼조 군수=요즘에는 요트산업과 해양레저에 관심이 많던데요. 우리 옹진군에도 수혜를 입을까요.

▼안 회장=국민소득이 2만달러 이상 되면 요트나 해양레저스포츠가 신흥 관광산업으로 부상할 거라고 봐요. 대한항공이 최근 영종도 왕산해수욕장에 요트마리나를 건설한다는 발표도 했잖아요. 서울과 가까운 관내 섬에도 대기업과 관련 기업들이 마리나와 리조트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비해 투자유치 마케팅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백령도는 천혜의 관광지이지만 콘도 등 숙박시설이 없어 기업연수나 MT,단체관광,수학여행 등을 유치하기가 어렵거든요. 이런 여건부터 해결돼야 해요. 또 백령도의 천연비행장 끝자락에 콘도리조트 등 관광단지를 조성하면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수월할 겁니다.

▼조 군수=2300여만명의 인구가 사는 수도권 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옹진군의 농수산업을 관광산업과 연계시키는 관광종합발전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예를 들어 아라뱃길이 개통되면 서울에서 온 유람선이 해변 관광 섬인 덕적도 등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들 유람선 관광객을 상대로 한 마케팅계획도 세워야지요.

▼안 회장=요즘 옹진군의 현안과 숙원사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조 군수=얼마 전 CJ가 추진 중이던 굴업도 골프장리조트 투자사업이 일부 환경론자들의 반대로 중단돼 안타깝습니다. 굴업도는 서해바다에서 가장 먼 조그만 섬인데 이곳에 대기업이 투자하면 주변 섬의 주민 소득 향상은 물론 뱃길도 더 확충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말이지요. 대기업이 섬에 투자하면 섬을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환경보존도 중요하지만 섬사람들이 어업도 점차 안되고 생활이 어려운데 영원히 보존만 한다면 발전은 요원할 겁니다. 환경보존과 개발은 공존해야 하는 거죠.

▼안 회장=요즘 해안에 조력,수력발전소 개발을 통한 친환경에너지 생산이 세계적 추세라고 하던데요.

▼조 군수=맞습니다. 백령도의 경우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조력,수력발전소를 만들면 모자라는 전기도 풍부해지고 소득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죠.강화조력이 환경론자들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 조력발전은 선진국에선 일반화된 발전방식입니다.

▼조 군수=안 회장은 앞으로 고향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안 회장=장학사업을 더욱 키우는 것입니다. 현재 고향인 백령도 등 옹진군 관내 섬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투철한 국가관과 가치관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옹진군청=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