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가격이 3, 4, 5월 3개월 연속으로 올랐다. 지난해 말 터진 구제역이 사실상 마무리돼 원재료인 돼지고기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햄값은 지속 상승하는 추세다.

돼지고기값 내렸는데 햄값 3달 연속 인상…"금 칠했어?"
햄값 4월에는 인하한다더니 더 올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3월 햄값을 인상할 당시 "정부의 물가 안정화 정책에 따라 4월부터 가격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격 변동을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이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사이트 'T-price'에 따르면 햄값은 지난 3월 첫주 전주보다 1.6% 상승했다. 그 후 3월 2주에는 전주에 비해 4.3%, 3주에는 8.4%로 상승폭이 크게 늘었다. 3월 4주부터는 1.3%, 4월 1주 0.3%, 4월 2주 0.4% 인상으로 오름폭이 둔화됐지만 햄값은 두 달간 끊임없이 올랐다.

황기두 한국소비자원 가격조사관은 "생필품 중 햄 가격 인상이 가장 눈에 띄었다"며 "5월 둘째주에도 햄값이 4월 5주차보다 0.4% 올랐다"고 말했다.

구제역 마무리…돼지고기값 4월엔 12% 떨어져

햄값 인상은 지난해 겨울 구제역 사태가 터지며 예견된 일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구제역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햄 원료의 70%를 차지하는 돼지고기값이 어느 정도 안정됐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돼지고기 박피 1kg의 도매가격이 지난 2월 평균 6372원, 3월 6565원, 4월 5786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돼지고기값은 지난 3월 전달보다 3% 올랐지만 4월에는 오히려 11.8%나 떨어진 것이다.

특히 햄제품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롯데햄과 CJ제일제당이 가격인상에 앞장서 눈총을 받고 있다.

롯데햄은 3월 롯데슬라이스햄, 롯데햄켄터키프랑크 등의 가격을 10% 내외로 인상했고, CJ제일제당은 이달 중순 햄값을 10% 정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돼지값 영향 6개월 뒤 반영돼…억울해"

햄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지적에 한국육가공협회와 육가공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육가공협회 관계자는 "육가공 업체가 햄 공급가격을 인상했지만 소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20% 가량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돼지고기값 변동은 6개월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한 구제역의 여파가 6개월 후인 현재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물량이 20~30% 줄고, 원료값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올라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4월에 돼지고기값이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구제역 때문에 이동제한이 있던 돼지들이 적정체중을 넘겨 떨이로 팔린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햄값 이달 중 9% 가량 또 인상될 듯"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햄값은 원료가 압박으로 이달 중 또 한 차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협상한 후 인상폭이 정해지겠지만 현재 9%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업체들이 그간 하던 할인행사나 덤을 얹어주는 프로모션 이벤트도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육가공협회는 "이달부터 수입 돼지고기가 들어오기 시작해 국산육 전용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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