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방안 발표] "우리금융 지분 30% 이상 일괄매각"…産銀 위한 '모양 갖추기'
17일 우리금융지주 매각 재추진 방안 발표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민상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박경서 공자위 매각소위원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은 산은금융지주가 강력한 인수 후보자로 부상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일종의 '선거관리위원회'"라며 "코멘트할 수 없다"고 비켜갔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여부에 대해서도 "우리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 금융위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우리금융 인수에 대해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관심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최소 매각지분을 30%로 정하고 일괄매각 방식을 선택한 것은 사실상 산은금융지주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괄매각에 최소입찰 규모 30%

[우리금융 매각 방안 발표] "우리금융 지분 30% 이상 일괄매각"…産銀 위한 '모양 갖추기'
새로운 매각 방안은 두 가지 점에서 작년과 크게 달라졌다. 우선 우리은행과 경남은행,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을 일괄매각하기로 했다. 분리매각을 추진해 본 결과 절차가 복잡했던 데다 일부 지방은행 인수를 위한 지역 간 경쟁구도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컸다는 이유에서다.

공자위 관계자는 "매각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금융 전체에 대한 프리미엄을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소입찰 규모는 30%로 높아졌다. 작년엔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 단계에서 최소입찰 규모는 4%였다. 참여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였다. 민상기 위원장은 "작년 11월 의향서를 받아 보니 경영권 인수의사가 없는 소수지분 입찰자들이 다수 참여했다"며 "컨소시엄 구성이나 유효경쟁 여건 조성과 같이 당초 기대했던 효과는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잔여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50%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인수자금 부담으로 매각이 또 다시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우리금융 매각 방안 발표] "우리금융 지분 30% 이상 일괄매각"…産銀 위한 '모양 갖추기'
◆지주사법 시행령 개정이 관건

금융시장에선 이날 매각방안 발표와 함께 금융지주사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확실한 당국의 방침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입찰에 참여하려면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소유할 경우 지분 95%를 보유해야 한다'는 지주사법 시행령이 완화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공식 브리핑에서 신제윤 부위원장은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빠른 민영화,국내 금융산업의 발전 등 세 가지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할 것"이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부처 간 이견이 없다면 한두 달 안에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7일 기준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1조원이다. 인수자가 우리금융 지분의 최소 30%만 인수한다고 해도 약 3조3000억원,57%를 인수하면 6조3000억원에 이른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인수 지분에 따라 4조~7조원까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지주사법 시행령이 그대로 존속된다면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하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입찰에서 최소한도인 30%를 인수하더라도 65%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막대한 부담이 생긴다. 이럴 경우 우리금융 매각은 또 다시 좌초되고,민영화 자체가 요원해 질 수 있다.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지주사들은 우리금융 인수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당국이 실질적인 경쟁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입찰 참여를 검토해 볼 수 있다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유효경쟁 가능성은

공자위는 외국계 자본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천명했지만 실제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할 외국자본이 얼마나 될지,론스타에 발목이 잡힌 금융당국이 외국계 대주주의 자격을 인정해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국 국내 금융지주사 간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이런 구도가 형성되려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통한 '메가뱅크'를 당국이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게 시장의 요구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산은지주의 단독입찰로 결론날 가능성도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