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이 17일 아랍에미리트 정보기술(IT) 기업인 알 리야미 테크놀로지스와 통합배선시스템 솔루션 판매 계약을 맺고 중동 통신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단품으로 진행해온 전선 마케팅을 '솔루션' 형태로 묶고 공략 대상을 중동으로 정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통합배선시스템은 미국 시스티맥스,프랑스 넥상스 등 선진국 기업들이 독점해왔으며 국내 전선업체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통합배선시스템 솔루션은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 등에 쓰이는 음성,정보,보안 등 각종 데이터 배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뭉친 것.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 워킹 · 스마트 사무실 시대를 맞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선 모바일 업무 시스템에서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데 쓰이는 고부가 가치 제품을 스마트 전선이라고 부른다.

LS전선은 2006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10GB(기가바이트)용 제품개발에 성공했으나 영업이 문제였다. 경기침체로 초고압전선 등을 중심으로 세계 전선 시장이 주춤하기 시작해서다. 단품 영업이 어렵게 되자 LS전선이 눈을 돌린 것은 '솔루션'이었다. 전선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선망을 깔고 서비스해주는 모든 관련 업무를 통합하면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손종호 LS전선 사장은 통합배선시스템 솔루션에 '심플(Simple)'이란 별도의 브랜드를 붙이고 중동 시장을 겨냥한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전선을 만들면서 얻은 원료배합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바닥재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린플로어'란 브랜드를 붙여 선박용 특수 바닥재와 전동차용 고무 바닥재 등도 내놓기로 했다. LS전선 관계자는 "중동 시장 개척을 계기로 고부가 전선제품에 집중하고 신규사업도 지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S엠트론도 사출성형기 생산현장을 자동차 생산라인 형태로 개조하는 등 내부 변화에서 답을 얻으면서 성장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1969년 일본 도시바와 기술제휴를 통해 사출성형기 사업을 시작했다. 휴대폰과 컴퓨터 TV 등의 외형을 만드는 사출성형기는 한 대에 수천만원에서 최대 10억원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

적자만 내는 골칫거리 대접을 받아오던 사출기 사업부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은 2009년.전북 전주 사출기 공장 2~3명의 직원들이 "우리도 한번 바꿔보자"며 새벽 6시 공부모임인 '분임조 사랑회'를 열기 시작했다. 30년 베테랑 현장직원들이 여기에 가세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자동차 생산라인처럼 바꿔보자"는 아이디어가 공부모임에서 나왔다. 사출기는 통상 수백개 부품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동선이 복잡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한 대를 만드는 데 15일이 걸렸다.

현장 직원들의 제안대로 조립방식을 직렬에서 병렬로,자동차 생산라인처럼 모듈화한 작업장으로 바꿔나가자 사출기 생산시간은 10일로 33% 줄었다. 실적도 달라졌다. 월평균 매출은 2009년 76억원에서 지난해엔 130억원으로 뛰었다. 요즘엔 한 달 매출이 180억원에 육박하면서 공장도 24시간 풀가동으로 돌아섰다.

사출사업이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신사업에도 가속이 붙었다. 지난해 2차전지 핵심소재인 전지박 사업에 600억원을 투자해 생산량을 두 배로 올렸다. 올 들어 LS엠트론은 일본 후루카와,일진머티리얼즈에 이은 세계 3위 전지박업체로 뛰어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2015년까지 전지박 분야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