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노부모를 50여년간 극진히 모신 양자(養子)에게 유산을 절반 넘게 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녀로서 갖는 당연한 부양의무 등을 고려해 보통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분을 5~10% 정도 인정하는 관례에 비추면 이례적인 판결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부장판사 최재혁)는 양부모를 50여년간 봉양한 A씨(사망)의 부인 B씨(69) 등이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분을 100%로 인정해달라"며 친자녀 등 20명을 상대로 낸 상속재산 기여분 결정 및 분할 소송에서 "유산 중 A씨의 기여분을 50%로 인정한다"고 심판했다.

재판부는 "양부와 양모를 각각 약 50년,40년씩 부양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부담했고 치매 등 여러 병수발까지 모두 감당했다"며 "이는 단순히 자녀의 부양의무 이행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특별한 부양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기여분은 전체 상속 재산에서 당사자에게 우선 떼어주는 비율이다. 기여분을 뺀 나머지를 친딸 4명과 사망한 다른 친딸의 유족,A씨 등 상속인이 다시 나눠 가지므로 결국 A씨의 몫은 절반을 넘게 된다.

양부모의 조카였던 A씨는 스무살 무렵이던 1950년대 중반부터 숙부와 숙모를 사실상 부모로 봉양했고 1974년 입양돼 양자가 됐다. 며느리인 B씨도 1966년 A씨와 혼인한 이후부터 양부모를 모셨다.

양부모 슬하에는 7명의 딸이 있었지만 A씨 부부가 양부모 소유의 논밭에서 영농을 하거나 어업을 하며 양모와 양부가 각각 만 95세,100세로 사망할 때까지 모셨다.

특히 어머니는 사망 전 3년여간 치매를 앓았고 아버지는 19년간 지병을 앓으면서 병원 입퇴원을 반복했는데,A씨 부부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며 병수발을 들었다. 양부모는 사망하며 5억5200만원 상당의 경기 화성시 일대 선산과 주택 등을 상속 재산으로 남겼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양자가 스스로 장기간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 수준을 넘어 부모가 자신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도록 돌봤다면 특별한 부양이라고 봐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분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여분을 인정했던 예가 드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보통 5~10% 수준으로 20%를 넘어선 사례가 없었다"며 "이번 판결은 효행(孝行)의 가치와 수고를 법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기여분(寄與分)

공동상속인 중 사망자의 재산 관리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에게 유산의 일부를 미리 떼어내 주는 것.유산에서 기여분을 뺀 나머지를 공동상속인이 상속 비율에 따라 나눠받는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