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소규모 학교도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하려고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여수 관기초등학교 허정 교장(61 · 사진).그는 폐교위기에 몰린 '시골 학교'를 '지역 명문'으로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는 마을에서조차 외면받았으나 지금은 전학오려는 학생들이 줄을 선다. 지난해 이 학교 입학생 18명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지에서 왔다. 학생 수가 120명으로 불어났으나 교실이 없어 못 받는 대기자가 100여명에 이른다. 올초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하는 전국 100대 학교로 선정됐다. 그는 한국교직원공제회가 만든 제7회 한국교육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이들이 자연과 공감하며 마음껏 뛰놀게 했을 뿐입니다. " 그의 이 같은 자연주의 교육방침은 '자연'밖에 없는 농어촌 학교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요인이 됐다. 2006년 초 그가 초임 교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학생은 37명.4학급만 운영되던 학교가 통폐합 대상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퇴출선고를 받은데다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 창고에서 폐기된 교재 등을 들어내며 학교를 정리하던 그는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골똘히 궁리했다. 우선 학부모들을 학교로 끌어들였다. "반드시 서울 강남보다 나은 명품학교로 만들겠다"는 말에 동참한 학부모들은 독서지도,방과후학교,주말특기활동,계절학교 등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을 맡고 있다.

학교의 독특한 체험활동과 체육활동도 농촌 학교의 특성을 잘 살린 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래달리기 경주와 함께 주3회 학교인근 안심산 등반이 실시된다. 부모와 함께하는 모심기,보리심기,메주 띄워 간장만들기 등의 체험활동은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 함양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해 전국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수학 등 몇몇 과목에서 응시생 전원이 전국 평균 이상의 성적도 거뒀다. 그는 "지난해 졸업생 중 일부가 여수 시내로 진학해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며 "우리 학교 기악합주부는 이화여대와 삼성홀 초청연주에 나설 정도로 수준급"이라고 자랑했다.

"전학생을 더 이상 받지 않는 것은 학년당 학생을 20명 선으로 한정해 교사의 관심과 수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 그는 "자녀를 학교에 보낸 학부모들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학교 교육도 고객인 학부모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만큼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