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어 온 양궁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장비업체와 검은 커넥션을 이뤄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해오다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경기도에 본사를 둔 장비 업체 F사에서 장비를 납품받은 뒤 일부를 반납해 현금으로 돌려받는 '깡치기' 수법으로 8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전 부산시양궁협회 전무이사 겸 D대학 양궁팀 감독 이모씨(44)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양궁선수들을 로비스트로 영입해 전국 86개 초 · 중 · 고등학교,대학 및 실업팀과 각 지역 양궁협회 소속 감독과 코치,교사 등 135명에게 5억2000만원 상당의 검은 돈을 건넨 혐의(상습사기)로 양궁 선수 출신인 F사 대표 백모씨(36)도 구속했다. 경찰은 백씨로부터 200만원 이상 받은 전국의 유명 양궁 지도자 4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수수 금액이 200만원 이하인 지도자들과 시보조금 관리를 직무유기한 부산시청 공무원 등 93명은 기관통보 조치했다.

국내 양궁 장비 업계에서 매출규모 3위인 F사는 훈련용의 저가 상품을 주력으로 영업망을 확장했다. F사 대표인 백씨는 표적지와 화살 등의 가격을 부풀린 견적서를 제출하고 납품한 뒤 감독 등에게 10%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검수가 끝나면 장비를 돌려받고 그만큼 현금을 차명계좌에 입금해 주는 '깡치기' 수법을 사용했다.

이번 경찰 수사 결과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5명을 포함해 전 · 현직 국가대표 선수 및 감독 9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파견코치 2명과 장애인 국가대표 2명도 부정한 돈을 수수했다가 적발됐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