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여온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대우건설이 대한통운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따로 떼어내 금호아시아나에 되팔기로 합의했다.

산업은행 등 대한통운 매각 주관사 측은 금호터미널 등 자회사 3곳을 먼저 매각한 뒤 대한통운 입찰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당초 6월 말로 예상돼온 대한통운 새주인 찾기가 7월께로 미뤄질 전망이다. 자회사를 포함한 일괄 매각을 요구해온 롯데그룹이 반발하는 등 대한통운 인수전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인수의향서를 낸 포스코와 CJ 롯데 3파전에서 포스코와 CJ 간 대결로 판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회사 3곳 금호와 수의계약

매각 대상인 대한통운의 지분을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18.98%),대우건설(18.62%)은 11일 회의를 열고 금호터미널을 비롯해 아스항공,아시아나공항개발 등 3개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경쟁 입찰 방식도 거론됐으나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되팔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 3개 자회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현금 마련을 위해 200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한통운에 팔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한통운을 팔려는 목적은 금호아시아나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며 "3개 자회사가 항공,타이어,고속버스사업 등 금호아시아나의 기존 사업과 연관돼 있어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 가격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회계법인 등 제3자를 지정해 산정하기로 했다. 이들 자회사를 판 대금은 대한통운으로 유입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약 3000억원을 들여 3개 자회사를 되살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터미널의 장부상 가치만 2200억원가량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에 따라 대한통운의 가치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대한통운 매각 가격을 1조5000억~2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대한통운 3개 자회사의 가치를 비상장 주식으로만 계산한 가격이었다. 시장에서는 3개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면 대한통운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과 매각 대금이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금호터미널 매각을 완료한 다음 대한통운 본입찰을 진행할 것"이라며 "7월 초엔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본입찰 참여 결정 단계 아니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롯데그룹이 최종 입찰에 참여할 것인지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대한통운 입찰에 참여한 이유 중 금호터미널을 함께 인수할 수 있었다는 걸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분리 매각한다면 롯데에 좋을 건 없지만 물류기업으로서 대한통운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한통운 매각 일정이) 늦어진 만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을 줄 누가 아느냐"며 "본입찰에 참여할지 말지는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여운을 남겼다.

자회사를 분리해 매각하면 롯데그룹은 금호터미널을 인수해 유통 사업을 확장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금호터미널은 광주 유스퀘어(옛 광주종합버스터미널)를 비롯해 목포,대구,전주 등지에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상권인 터미널에 점포를 입점시킨다는 것이 롯데의 셈법으로 알려졌다.

광주 유스퀘어에는 신세계백화점이 입점해 있고 임대 계약이 2015년 끝난다. 신세계로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셈이다. 신세계는 금호터미널을 롯데가 인수하면 광주지역에서 판매 거점을 잃을 수 있다며 걱정해 왔다.

롯데와 함께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 포스코,CJ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금호터미널은 누가 인수하든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시민을 위한 시설을 상업적인 용도로 바꿀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유스퀘어는 광주시가 시민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조건을 붙여 운영토록 해왔다.

박동휘/송태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