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으로 고생할 때 한 얘기는 '살아만 있자'였습니다. 이제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글로벌 톱3입니다. "

김용성 사장(49)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사장은 "전체적인 그림이 바뀌고 있다"며 "지금이 결정적인 기회"라고 했다. 밥캣은 28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고,지난달 말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산업차량 부문을 2450억원에 매각하는 등 재무적 부담도 덜어가고 있다.

김 사장은 "밥캣의 흑자 전환을 계기로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본격 가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세계 건설기계 시장에서 5위에 올라 있으며,향후 미국 캐터필러,일본 고마쓰 등과 글로벌 톱3를 이룬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으로 39세 때인 2001년 두산 계열의 투자전문사인 네오플럭스 사장으로 스카우트된 뒤 10년째 두산그룹에서 사장직을 맡고 있다. 맥킨지 서울사무소 시절에는 한국인 최초로 파트너를 지냈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땄다.

▼공작기계 부문이 호황이라고 들었습니다.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 최대의 적은 '캐파'(생산능력인 'capacity'를 산업계에서 줄여 부르는 말)라고요. 미국 자동차 산업이 좋아지고 있고,스마트폰도 새로운 수요에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유가 강세로 오일 · 가스 시추가 활발한 것도 호재이고요. "

▼그렇다면 증설이 필요하겠습니다.

"계획보다 앞당길 생각입니다. 글로벌 공작기계 시장은 2015년까지 연평균 15%가량의 높은 성장이 예상됩니다. 앞으로 5년간 2000억원을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항공,에너지,의료 부문의 공작기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월 1000대 수준인 캐파를 하반기에 1400대로 늘릴 예정입니다. "



▼증설을 서둘렀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사람들은 흔히 수요를 예측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거 힘든 겁니다. 현실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 상황에 재빨리 '피드백(반응)'하는 겁니다. 금융위기 때만 해도 그래요. 건설기계의 시장 수요가 절반으로 꺾였습니다. 거의 100년 안에 처음 있는 일이었고,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잖아요. "

▼중국 굴삭기 시장은 어떻습니까.

"금융위기 때도 중국은 유일하게 선방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요즘 상황이 만만치 않아요. 중국의 굴삭기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 참여자가 많아졌고,중국 토종 기업들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도 나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맞습니다. 통계상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점유율 면에서 우리가 최근 몇 달째 2위권으로 밀려났어요. 중국 업체들이 가격으로 치고 나오고 있는데,우리도 가격으로 맞서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힘은 충분히 있지만 진흙탕 싸움에 섣불리 발을 담그는 데 대해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도 시장 1위 자리는 다시 뺏어와야죠."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뉴스도 계속 들려옵니다.

"지난 3월 중국법인인 DICC 지분 20%를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각해 3800억원가량을 확보했고,지난달 말 산업차량 부문도 팔아 재무적인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됐습니다. 빚 갚는데도 쓰고 브라질,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데 들어갈 투자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산업차량 부문을 매각했으니 자연스럽게 공작기계와 건설기계 양대 축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도 개편될 것이고요. "

▼건설기계 부문에선 밥캣이 핵심인데요.

"밥캣에 대해선 할 말이 참 많습니다. 금융위기 때문에 묻혀버리긴 했지만 밥캣 인수는 역사적인 사건이었어요. 이쪽 사업이 워낙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유럽,미국에선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산업이에요. 우리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를 넘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밥캣을 인수한 겁니다. 선진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려면 밥캣이 갖고 있는 판매 채널과 기술력이 필요했습니다. "

▼밥캣이 흑자 전환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1분기 실적이 흑자로 나왔습니다. 28개월 만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이죠.두산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을 때 시장 지위가 12위였습니다. 밥캣을 인수하면서 7위로 뛰었고,지금은 5위예요. "

▼밥캣과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할 텐데.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직원 가운데 60%가량이 외국인입니다. 한국 기업사에서 이런 사례는 없을 겁니다. 인수 · 합병(M&A) 이후 통합 작업(PMI)이 가장 중요한데 거의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내 잡지만 해도 영어 중국어 한국어 3개국으로 내고 있고,앞으로는 브라질 직원들을 위해 포르투갈어로도 만들 계획입니다. "

▼글로벌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올 상반기 중 브라질에 연산 2500대 규모의 굴삭기 공장을 착공할 예정입니다. 현재 우리의 브라질 시장 점유율이 11%인데 20%까지 끌어올려 3위권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예요. 이제 자금도 꽤 마련한 만큼 브라질 등 신흥시장을 '제2의 중국'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

▼두산인프라코어 하면 굴삭기처럼 딱딱한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건설기계에도 사람처럼 36.5도의 체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는 원격조종 장치를 장착한 밥캣의 장비 2대가 사람들을 대신해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어요.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도 바로 다음날 굴삭기 160대를 피해 복구에 지원했습니다. "

▼5년 후 두산인프라코어는 어떤 모습일까요.

"건설기계,공작기계 모두 글로벌 톱3가 돼 있을 겁니다. 매출은 현재 8조원에서 2015년에는 2배 이상 늘어난 17조원이 목표입니다. 지난해 7.5%인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로 높여 외형은 물론 수익성에서도 세계 정상급 업체로 성장할 계획입니다. "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