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강국을 향해…한국판 DHL 키우자] (3) 아세안, 2013년 물류개방…한국 손 놓은 사이 중국 '선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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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시아 시장을 잡아라
치열한 물류 경쟁
印, 미얀마 도로 건설 지원…美, 뒤늦게 경쟁대열 합류…日, 베트남에 210억弗 투자
한국은 '뒷짐'
미얀마 차관지원 2005년 중단…베트남선 日 자금력에 밀려
패키지형 진출전략 서둘러야
치열한 물류 경쟁
印, 미얀마 도로 건설 지원…美, 뒤늦게 경쟁대열 합류…日, 베트남에 210억弗 투자
한국은 '뒷짐'
미얀마 차관지원 2005년 중단…베트남선 日 자금력에 밀려
패키지형 진출전략 서둘러야
미얀마의 옛 수도인 양곤에서 서북부 방향으로 500㎞가량 떨어진 벵골만의 소도시 차우크퓨.작은 어구가 딸린 한적한 해안가 시골마을인 이곳은 2009년 10월부터 도로 · 항만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현지에서 만난 아웅 테인 윈 미얀마 항만청 부청장(51)은 "중국 정부가 이곳에 25억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항만을 개발하고 중국 서남부 지역까지 도로를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 현장엔 헬멧을 쓰고 무전기로 중국어를 섞어가며 뭔가를 지시하는 중국인 감독들이 눈에 띄었다.
'차우크퓨 신항만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진 이 공사는 벵골만 해안인 차우크퓨에 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항만을 조성하고,여기서 중국 윈난(雲南)성 성도 쿤밍(昆明)까지 2000㎞(미얀마 내륙은 900㎞)를 도로와 철도로 잇는 대역사다.
◆중국의 아세안 물류기지 선점 전략
중국과 미얀마가 이 프로젝트에 합의한 것은 2006년 6월.이듬해인 2007년 10월 아세안 10개국 경제장관들이 모여 '2013년 역내 물류서비스 시장을 완전 개방'하는 내용의 통합 로드맵을 짜기 1년 전이었다. 2015년 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중국은 새로운 물류 루트를 갖게 된다. 차우크퓨 신항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싣고 온 전략물자(원유 천연가스 등)를 내륙으로 실어 나르고,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으로 운송하는 중국의 물류 전초기지로 변신할 전망이다.
양영철 KOTRA 양곤무역관 지사화사업팀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중국은 싱가포르 쪽 믈라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전략물자를 중국 내륙으로 곧바로 보낼 수 있는 천혜의 항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42억달러의 30년 만기 무이자 차관 제공을 미얀마에 약속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직접 미얀마를 방문,차우크퓨 프로젝트의 차질 없는 추진을 당부하기도 했다. 중국은 캄보디아에도 지난해 초 60억달러를 투자해 도로 항만 등 물류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도 일본 호주도 가세
중국의 공격적인 행보에 인도와 일본,호주,미국 등이 가세하면서 2013년 물류 시장 완전 개방을 앞둔 아세안 지역에선 물류강국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역내 물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미얀마와 베트남을 선택했다. 베트남 정부는 2020년까지 컨테이너 유조선 등 대형 선박들이 쉽게 접안할 수 있는 심해 항만시설 확충에만 정부 예산과 민간 투자를 합쳐 모두 210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작년 3월 내놨다. 노키아와 인텔 등 중국 내 생산기지를 운영 중인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을 겨냥한 사전 포석이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최근 중국 내 생산기지의 베트남 이전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베트남 항만을 통한 물동량이 향후 10년 동안 지금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늘어나는 수출물량을 베트남 항만을 통해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낙후된 항만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때맞춰 일본은 지난 3월 베트남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민관 합작으로 약 5000억엔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종합상사인 이토추와 해운 · 물류기업인 NYK,미쓰이OSK라인 등 3개 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들 업체는 장기간 항만시설을 운영할 권리를 취득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이들 3개사는 또 베트남 국영 선사인 비나라인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2015년까지 하이퐁신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09년 1800만달러를 지원했던 미얀마에 대한 무상원조 규모도 늘리고 있다.
미얀마에서 중국에 선수를 빼앗긴 인도도 비상이 걸렸다. 인도는 지난해 7월 탄 쉐 미얀마 국가평화발전평의회 의장을 인도로 초청해 도로 건설 등에 2억5000만달러 상당의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미얀마를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불렀던 미국도 뒤늦게 고위급 인사를 미얀마로 보내고 있다. 2009년 미얀마에 900만달러의 원조를 제공했던 호주도 최근 지원 규모를 3000만달러로 늘렸다.
◆한국은 '수수방관'
이들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치열한 물류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조액은 316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2005년 이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도 중단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범국가 차원의 선진물류기획단을 만들어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과 항만 투자를 준비했지만 지금은 유야무야됐다.
일본이 투자하기로 한 베트남 하이퐁항 개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토해양부가 먼저 검토했다. 국내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지원을 통해 국내 건설업체가 진출하려고 했으나,일본의 자금력과 건설 · 해운 · 항만 · 물류기업이 동시에 진출하는 패키지 형태의 지원에 밀려 좌절됐다. 옛 해양수산부 고위직 출신인 한 관계자는 "1980년대 일본과 유럽 국가들은 정부의 자금 지원 아래 건설회사 · 투자은행 · 물류기업이 개발도상국 물류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패키지형 전략을 통해 거대 물류기업을 키워왔다"며 "물류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곤(미얀마)=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