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O(Energy Saving Company · 에너지절약전문기업)' 사업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 ESCO 사업이란 소비자에게 에너지 절약기술과 시설을 제공하고 에너지 절감비용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비용도 절감하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부도 ESCO 사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산업용 냉방장치 제작업체인 월드비텍(대표 김근기)은 ESCO 사업에 딱 맞아떨어지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다. 물을 이용한 냉방시스템 구축에 세계적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특허를 비롯해 보유한 지식재산권만 20건에 달한다.

이 회사의 '스프링쿨시스템(sprinkool system)'은 물이 증발할 때 기온이 내려가는 원리를 이용,실내온도를 냉방하는 기술이다. 여름철 건물 지붕의 표면 온도는 최고 섭씨 90도까지 올라가 내부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때 지붕 위에 물을 분사하면 물이 기화하면서 열을 빼앗아 지붕의 열기가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해 냉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단열재를 여러 겹으로 설치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단열효과를 낸다.

김근기 대표는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여름철 생산공장 내부의 열기를 식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최대의 냉방효과를 낼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실내에서 발생한 열을 열교환 방식으로 모아 외부로 방출시키는 에어컨과 달리 여름철 실내에 직 · 간접적으로 열 부하를 발생시키는 태양열을 건물 밖에서 사전 차단해 냉방 효율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공장 건물은 복합패널로 지붕과 벽체를 마감해 단열기능이 떨어지는데다 공장 내부면적이 넓고 지붕이 높아 실내에 에어컨을 설치해 냉방하기도 어렵다.

김 대표는 "스프링쿨시스템은 에어컨에 비해 설치비용이 70%가량 저렴하고 유지비도 95%나 절약하면서 실내 온도를 3~7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안정성이 뛰어나 10년 이상 사용해도 고장이 없다"고 소개했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친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프링쿨시스템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스프링쿨시스템의 효과가 입증되자 대기업들의 수주가 쏟아졌다. 2006년 에어컨제조업체에 시스템을 공급한 것은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위니아만도 아산공장 지붕에 스프링쿨시스템을 설치해 실내온도를 5도 낮추는 결실을 얻은 것이다. 이 밖에 현대 ·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삼성전기 영창악기 한국타이어 대경화성 영원무역 등 국내 100여개 기업에서 발주가 이어졌다. 해외에서는 베트남 호찌민의 섬유업체 한솔비나와 필리핀 마닐라의 전자업체 하이텍RCD필리핀,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마쓰시타에어컨 공장의 지붕에도 스프링쿨시스템이 설치됐다.

월드비텍은 최근 에너지 효율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의 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