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저축은행 검사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뇌물을 받고 저축은행의 비리를 눈감아 준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당시 검사 현장에 파견됐던 금감원 직원 30여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한편 금감원 고위층이 부실검사를 묵인했거나 축소 은폐하려 했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이날 검사과정에서 비리를 '눈감아 준' 대가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금감원 수석검사역(2급 · 현 대전지원 근무) 이모씨를 체포했다. 검찰과 감사원에 따르면 2009년 3월 부산저축은행 검사 당시 이씨는 검사반장으로 업무를 총괄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이씨는 △부산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일반대출로 위장 △부실 PF사업의 자산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 △PF 대출의 실상이 투자사업임을 누락 △여신 2400여억원 자산건전성 부당 분류(대손충당금 930억원 미적립)를 적발하지 않는 등 검사를 태만히 한 사실이 밝혀져 징계처분(문책) 권고 대상자가 됐다. 검찰은 이씨가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소홀히 해 은행의 영업정지를 막아주는 대가로 대주주 측에서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이날 오전 이씨를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저축은행 검사반장이 검사 대상인 저축은행과 유착한 정황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보해저축은행을 수사하고 있는 광주지검은 지난 3일 금감원 부국장 출신으로 역시 2009년 보해저축은행 검사반장이었던 이모씨(현 KB자산운용 감사)가 검사를 느슨하게 해주는 대가로 오문철 보해저축은행 대표에게서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도주 중인 이씨를 지명 수배한 상태다.

금감원 직원들의 크고 작은 다른 비리 혐의도 계속 검찰에 포착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체포한 이씨 외에 다른 직원들까지 저축은행 측에서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았는지를 추궁하는 한편 부산저축은행에서 220억원의 대출을 도와주고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금감원 부산지원 수석조사역(3급) 최모씨(50)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일단 2009년 검사에서 실무를 맡았던 실무자급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끝내는 대로 이들의 '보고라인'에 있었던 금감원 고위 간부들을 소환,부산저축은행그룹 등 저축은행들이 실무자뿐 아니라 고위층에까지 로비를 벌였는지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금감원 라인 조사를 바탕으로 국회 등 정치권의 외압도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하루 전날(2월16일) 부산지역 신협 4곳이 약 70억원을 인출해간 정황을 잡고 영업정지 사실이 누출된 경위 수사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