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9일 내년 3월26일 서울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초청 의사를 밝혀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물론 전제조건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50여개국이 납득할 수준의 비핵화에 대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 내 남북관계 전기 마련 필요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면 서울회의에 초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제안한 것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도 남북관계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제안하는 등 통일 준비에 대한 애착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현지시간 8일 저녁 베를린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도 "통일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결론적으로 민족 부흥을 지키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계산을 따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통일 비용을 따져 유불리를 계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의지에도 북한과의 관계는 갈수록 후퇴했다. 때문에 전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비핵화 수준은?

핵안보정상회의 초청이 가능한 비핵화 수준에 대해 청와대의 한 참모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핵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매우 강하고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50여개국의 입장이 다를 수 있어서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UEP)까지 포함한 전체 핵 프로그램을 언제까지 폐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거기에 국제사회가 확인하는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분명히 나타났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도의 수준이면 된다는 얘기다. 북한의 의지는 6자회담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내세워 북한을 비핵화로 유인한다는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절차에 따라 경제 지원에 협력할 수 있고,북한에 안전보장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북한에 밝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북한의 핵 폐기는 곧 국제사회의 대대적인 경제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이 대통령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연평도,천안함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의 사과는 남북간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대화의 대전제라는 원칙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UEP가 평화적 원자력 프로그램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베를린=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