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에는 은행 외에 증권사와 저축은행,대부업체도 밀집돼 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역삼역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대다수 건물에 증권사 영업점이 있을 정도다. 외국계를 비롯한 총 61개 증권사 1833개 영업점 중 43%인 795곳이 서울에 몰려 있다. 이 중 강남구에 있는 증권사 영업점은 196개에 이른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283)를 제외하곤 가장 많다. 은행과 달리 주로 일정 자산 이상의 우량 고객들을 상대하는 증권사의 특성상 뭉칫돈이 많은 강남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축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총 105개 저축은행 379개 영업점 중 35%인 134곳이 서울에 있으며,이 중 46개가 강남구에 있다. 이 역시 경기(74)를 제외하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저축은행은 제1금융권인 은행에 비해 부침이 심한 편이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27개 저축은행 중 22곳이 본점을 옮겼다. 이들 저축은행은 외환위기 직전에 강남으로 터를 옮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은행 및 증권사들보다 먼저 강남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며 "주로 벤처기업과 제1금융권보다 높은 금리를 노리는 개인 갑부들이 핵심 타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와 저축은행뿐 아니라 대부업체도 강남구에 집중돼 있다.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 1만5277개 중 36%인 5539개가 서울에 밀집돼 있다. 이 중 강남구에 자리잡은 대부업체는 14%인 763곳이다. 강남구를 '사(私)금융의 1번지'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강남구에 대부업체들이 잇달아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업체까지 합하면 강남구의 대부업체 수는 1500여곳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