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외 석탄광 무차별 인수…한국기업 물량 확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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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호주 등서 '전액 현금' 내걸고 싹쓸이…협상 중인 광산 가로채기도
㈜STX는 지난 3월 말 인도네시아 IAC로부터 석탄 생산광구 지분 40%를 인수한 뒤 곧바로 인근 광구로 눈을 돌렸다. 국내 한 발전자회사 등 석탄 수요처에서 광구만 확보되면 바로 석탄을 사겠다고 할 정도로 판로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재무분석 등을 통해 한참 인수 계획을 짜고 있는데,광산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팔렸다"는 것이었다. 매물로 나온 지 딱 1주일 만이었다.
전문가들은 요즘 자원 시장을 '폭풍 전야'로 표현한다. 시장엔 광산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일본 지진 복구 등 자원 수요처가 많아 향후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에서다. 중국의 '큰손'들이 부동산 투자하듯 '광산 쇼핑'을 하면서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맞춰 자원을 선점하려는 국내 대기업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의 자원 쇼핑
글로벌 자원 시장은 요즘 '셀러즈 마켓(seller's market)'으로 굳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석탄광구의 부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도네시아산 석탄은 화력발전소 등에서 쓰는 연료용 저품위탄이 대부분으로 4~5년 전만 해도 광산주들이 투자해달라고 국내 종합상사에 매달릴 정도였다. 요즘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STX는 IAC 광산을 인수할 때 아찔한 경험을 했다. 사건은 계약 이틀 전에 발생했다. 약 4개월간의 협상이 끝나 계약서 서명만 남겨 놓았을 때 광산주로부터 연락이 왔다. 계약을 미루자는 것이었다. 자원개발팀에 비상이 걸렸다. 백방으로 이유를 수소문한 끝에 광산주에게 중국 업체가 접근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그들은 '무담보에 100% 현금'이라는 무기로 ㈜STX가 점찍어 놓은 물건을 가로챌 태세였다.
㈜STX 관계자는 "서둘러 대금을 결제하겠다는 약속을 한 뒤에야 가까스로 지분을 살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인근 광산을 추가로 인수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실탄이 넉넉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그렇지 못해 경쟁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국내 자원개발회사 대부분이 대기업 계열이라 최종 결정을 하기까지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중국 업체들은 부동산 투자하듯이 며칠 만에 대금 결제를 한다"며 "한마디로 상대가 안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 치열한 물밑 경쟁
중국 업체와의 싸움은 물론 국내 기업들 간 생산 광구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유연탄 시장만 해도 LG상사 포스코 한전 ㈜STX ㈜한화 등이 각축전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엇갈렸다. LG상사의 경우 2007년에 인수한 인도네시아 MPP 유연탄 생산광구가 석탄값 급등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화는 정반대의 사례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 광구 확보에 실패하면서 내부적으로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중단키로 했다. ㈜한화는 광물자원 등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대신 태양광 등 미래 에너지 사업에 주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이 한꺼번에 자원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내 기업간 경쟁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대차 계열의 현대제철이 올초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 임원급 전문가를 영입해 10명 안팎의 팀을 구성한 데 이어 현대중공업도 자원개발 전문회사인 현대자원개발을 출범시켰다. 이미 1개의 구리 광산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차 계열의 현대하이스코 역시 철광석 · 유연탄 광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