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자동차의 승리로 끝났지만 장외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낸 ‘500억원 손해배상’ 소송 공판에서 양측은 허위사실 유포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공방 끝머리에는 서로 “먼저 사과만 했어도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라며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언론을 상대로 “현대그룹은 1조2000억원 예금 잔고 증명을 처음엔 자기자본이라고 했다가 차입금으로 말을 바꿔 채권단과 이해관계자 모두를 대상으로 사기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부분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재판 변론 과정에서 언급됐던 내용일 뿐”이라며 “피고 측은 마치 현대차그룹이 언론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사실을 조작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반박했다.현대그룹 측은 “‘자기자금’과 ‘자기자본’은 다르다”며 “자기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내용은 자기자본 항목에 들어가게 돼 있다”며 고 주장했다.또 “기자를 만나 허위제보한 이가 누구인지 밝혀낼 것”이라고 응수했다.

법정에서 양측은 “상대방이 먼저 사과를 하면 재판을 끝내겠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현대그룹 측은 “이 소송은 서로의 자존심과 체면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이번 소란에 대해 피고 측이 사과한다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며 “소송을 통해 문제제기를 한 것은 현대그룹 측인만큼 사과를 받아야할 사람은 우리”라고 반발했다.이어 “세간에서는 현대그룹이 사건입찰 때 낸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채권단에 몰취당할 가능성이 있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화해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고 얘기하기도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을 놓고 양측 간 인수전이 치열했던 지난해 11월 문제가 된 기사가 올라오자 현대상선 등 현대 컨소시엄은 “입찰규정을 어기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현대차 등 현대차그룹 컨소시엄과 임원 A씨 등을 상대로 5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이번 첫 공판은 여전히 두 그룹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사실만 보여주고 끝났다.재판부는 양측에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다음 변론 기일을 두 달 후인 7월5일로 잡았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