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분위기에 휩쓸려 부하뇌동해 예금을 모두 찾아가면 결국에는 건전한 회사도 망하고 우리도 함께 망하는 것입니다.그러니 우리가 예금을 찾지 말고 회사를 살려야 합니다. "(60대 제일저축은행 고객)

5일 이용준 제일저축은행 대표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4일 서울 가락동 본점에서 만난 한 고객의 반응을 소개했다.이용준 대표는 "고객들 중에선 TV뉴스를 통해 소식을 듣고 막연한 불안감에 분위기를 보려고 방문한 분들이 많았다"며 "임원의 단순 비리라는 것을 알고 나서 다시 돌아가는 고객도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3~4일 뇌물을 받아 구속되면서 불안을 느낀 예금자들이 이틀동안 1560억원을 인출했지만 일부 예금자들 사이에선 '저축은행을 지키자'는 고객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검찰은 뇌물을 받고 돈을 대출해준 혐의로 제일저축은행 유모 전무를 구속기소했다.검찰과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이 개인 비리일 뿐 저축은행에 문제는 없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그는 업계에서 가장 건전한 저축은행임에도 예금인출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부산저축은행 사태이후 고객들이 저축은행을 못믿는 분위기가 많아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나 "예금 인출이 되더라도 유동성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 다"며 "다른 부실 저축은행처럼 인출하려는 고객을 막기보다 고객들이 불편없이 인출하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그동안 금융당국과 업계로부터 제일저축은행이 가장 건전하게 영업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8.28%로 우량저축은행 기준을 넘어섰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솔로몬(7.67%) 한국(7.80%) 푸른(7.72%) 토마토(6.42%) 등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업계 최저 수준이다.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비중은 대형사 평균(25%)에 한참 못미치는 16%에 불과하다.더구나 인출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업계에서 가장 자기자본규모가 많다.계열사를 합친 자기자본은 3000억원으로 지방은행인 제주은행(2900억원)보다 많다.

이 대표는 "이번 일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고객들 사이에선 예금인출을 함으로써 스스로 피해를 좌초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출을 자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