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초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앞으로 건의문 한 통을 보냈다. 한 · 중 항공회담 합의에 따라 7월부터 신설되는 김포~베이징 노선의 주14회 운항권을 모두 달라는 내용이었다. 건의문엔 대한항공과 7회씩 나눠 갖게 되면 두 항공사 모두 하루에 왕복 1편씩밖에 운항할 수 없어 '오전에 출장 갔다가 저녁에 돌아온다'는 셔틀 노선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하루 2회 운항해야 오전과 오후에 각각 베이징과 김포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 황금 셔틀라인으로 꼽히는 김포~베이징 노선의 운항권 신청이 6일 마감되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주14회를 신청하기로 했고,대한항공은 주7회를 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하늘길 잡아라

두 회사 간 갈등은 지난달 26일 한 · 중 항공회담에서 합의된 김포~베이징 노선의 개설 방식에서 비롯됐다.

중국 민용항공국이 베이징 공항의 포화를 이유로 슬롯(이착륙 가능시간)을 추가로 늘릴 수 없다며 김포~베이징 노선을 만들려면 기존 인천~베이징 노선의 슬롯을 전용하라고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두 항공사의 입장과 셈법은 명확히 갈렸다. 근거리 노선에 강한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베이징 노선과 환승객 수요를 포기하고서라도 김포~베이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베이징 노선 운항 횟수는 주 24회로 여기에서 14회를 빼면 인천~베이징 노선은 주 10회로 줄어든다.

대한항공은 국토부와 중국 민용항공국이 김포~베이징 노선 신설을 확정하기 직전까지도 인천~베이징 노선을 줄이는 방안에 반대했다. 대한항공으로선 현재 주 18회인 인천~베이징 노선에서 7회를 빼면 인천공항을 출발해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편이 주 11회로 줄게 된다.

인천~베이징은 물론 인천~김포 노선까지 하루 2회 편성이 어려워져 상대적으로 아시아나보다 불리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대한항공은 인천에서 환승하려는 중국인 여행객 덕분에 짭짤한 수익을 거둬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베이징 하루 1편으로 성공할까

노선을 배분해야 할 국토부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양대 항공사에 주 7회씩 배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김포~베이징 노선 개설을 반대하던 대한항공에 운항권을 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이 김포~베이징 노선을 포기하면 논란이 해결될 수 있지만 대한항공 측도 황금 셔틀 노선에서 밀릴 수 없어 운항권을 신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 결정을 겸허히 따를 것"이라며 "운항 횟수에 대해선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양사에 주 7회씩 고루 배정하면 경쟁이 가능한 것은 장점이다. 특정 항공사가 노선을 독점할 때 가격 책정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인천~몽골 노선만 해도 대한항공이 독점하고 있어 동일 거리 대비 운임료가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주 7회로 나누게 되면 애초 김포~베이징 노선을 개설한 취지가 훼손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항공사 모두 하루 왕복 1편씩밖에 운항할 수 없어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김포에서 출발했다가 인천으로 돌아오는 방법도 있지만 승용차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차를 찾으러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경쟁력을 각각 살려줘야 국내 항공산업 전체적으로도 이익이 된다는 게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이다. 아시아나가 인천~베이징에서 주 14회를 빼 김포~베이징으로 돌리면 인천~베이징 운항 횟수가 기존 24(아시아나) 대 18에서 10 대 18로 바뀌고 대한항공의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이 국토부에 제출한 건의문에 따르면 이를 통해 대한항공이 얻게 될 이익은 321억원가량이다. 인천~베이징 아시아나항공편을 이용하던 여행객이 모두 대한항공으로 이동할 것이란 가정에서다.

대신 아시아나는 김포~베이징 노선을 독점해 연간 158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에서 대한항공에 뒤진다는 약점 탓에 그동안 인천~베이징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에 이를 해소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