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 · 미 FTA 비준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 미 FTA는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된 이후 4년이 지났는데도 교착상태다. 야당은 작년 말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굴욕 협상'이라고 규정하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야당을 설득,상임위 상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번 한 · EU FTA비준안 통과로 국내에서도 한 · 미 FTA 비준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물론 미 의회의 한 · 미 FTA 비준을 자극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 EU FTA로 양국 간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내에서 EU 기업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은 물론 유럽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미 의회가 비준을 서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중국이 협상 개시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한 · 중 FTA나 양국 정상이 올해 안에 협상을 타결짓기로 뜻을 모은 한 · 호주 FTA 등도 점차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석영 외교부 FTA 교섭대표는 "우리 기업의 대외 수출경쟁력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물론 EU 소속 국가 27개국과 동시에 FTA를 체결한 효과를 갖게 돼 우리나라가 앞으로 미국 일본 중국과 FTA를 체결하면 유럽-동아시아-미국을 연결하는 'FTA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한 · 미 FTA에 대해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과 구제역으로 축산업이 큰 타격을 받아 중국 등 농업대국과의 FTA에 농민들의 반발이 크다는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통과한 한 · EU FTA 비준안은 다음달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처리되는 대로 7월1일부터 잠정 발효된다. 잠정 발효는 공식 발효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한국과 27개 EU 회원국이 비준 절차를 모두 완료하면 상대방에 이를 통보하고，통보한 날로부터 60일 이내 또는 양측이 합의한 날에 협정이 공식 발효된다. 유럽의회는 지난 2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어 한 · EU FTA 비준동의안을 승인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