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당시 긴장감 감도는 백악관 상황실 모습 공개돼

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최후를 맞던 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빈 라덴의 사망 장면을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지는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3일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나 자신 모두 빈 라덴이 총격받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파네타 국장은 "(요원들이) 현장에 접근하는 장면은 봤지만 실제로 건물 안에서 진행되는 작전의 (영상) 정보를 직접 접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빈 라덴 사망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에 파네타 국장은 "요원들이 (빈 라덴이 있던 3층으로) 올라갔을 때 요원들에게 분명히 위협이 되는 행동이 이뤄졌고, 그 때문에 요원들이 사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미 외교·안보팀의 주요 인사들이 극도의 긴장과 초조함 속에 급습 상황을 지켜보던 백악관 상황실 모습도 화제다.

백악관이 2일(현지시간) 공개한 당시 지하 상황실 사진에는 점퍼에 와이셔츠 차림의 오바마 대통령이 상황실 탁자 끝쪽 가운데 자리를 합동특수작전사령부의 마셜 B. 웹 준장에게 내주고 자신은 그 뒤의 오른쪽 구석에 쪼그린 듯 앉아 상황실 내 모니터를 통해 작전 상황을 보고받는 특이한 모습이 포착됐다.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군 장성에게 상황 주도를 맡긴 건 오바마 특유의 실용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웹 준장의 좌우로 회의장 테이블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데니스 맥도너프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매우 심각한 모습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도 보였다.

게이츠 장관은 얼굴이 약간은 상기된 채 팔짱을 꼈고, 클린턴 장관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린 채 영상으로 전해져 오는 충격적인 모습을 지켜봤다.

미군의 최고지휘부 중 한 명인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과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빌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담당 보좌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도 모두 웹 준장의 뒤나 옆에서 선 채로 브리핑을 받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빈 라덴이 사살되고 작전에 참가한 특수 부대원 전원이 현장에서 무사히 철수했다는 보고를 받고 나서야 "(빈 라덴을) 잡았다(We got him)"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네타 국장도 이 자리에는 없었다.

파네타는 포토맥강 건너 버지니아주 랭리에 있는 CIA 본부에서 같은 화면을 보며 스피커를 통해 백악관에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