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불교를 미국에 전한 숭산 선사(1927~2004)가 뉴욕 국제선원에 있을 때였다. 큰 법회가 열리자 한 여 신도가 플라스틱 꽃다발을 숭산 스님의 미국 제자에게 주었다. 제자는 선사에게 가서 말했다. "저 플라스틱 꽃은 보기 싫습니다. 어디로 치워버리면 안 될까요?" "바로 네 마음이 플라스틱이구나. " 제자가 이유를 묻자 선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마음이 행복할 때면 온 우주가 행복하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생기면 집착이 일어난다. 집착은 마음에 장애가 생겼다는 뜻이다. '플라스틱은 싫어'는 '플라스틱은 좋아'와 다를 바 없다. 둘 다 집착인 게지.플라스틱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네 마음이 플라스틱이고,온 우주가 플라스틱이 된다는 뜻이다. 모든 걸 내려 놓아라."

《부처가 부처를 묻다》에 나오는 이야기다. 경허 · 만공 스님의 법통을 이어받은 숭산 스님은 나이 마흔이 넘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영어에 서툴렀던 탓에 선사의 법문은 오히려 쉽고 단순했다. 일상의 소재와 언어로 법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오직 모를 뿐'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하버드 · 예일 등 미국 유수 대학의 학생과 교수들을 선의 세계로 불러들였다. 당시 숭산 스님이 제자들과 주고받은 문답과 법문,대화,편지 등을 100가지로 엮은 것이 이 책이다.

일상의 언어로 붓다,예수,공자 등 여러 성인과 종교지도자,영적 수행자들의 가르침과 삶의 지혜를 갈파한 또 하나의 책이 있다.

현직 일간지 종교담당 기자가 쓴 《현문우답》이다. 저자는 타수에 집착하지 않은 채 마음을 비움으로써 일생일대의 퍼팅을 성공시킨 최경주 선수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마음대로 쓰는 법'을 들려준다. 그 방법은 어렵지 않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써먹는 것.

붐비는 출근길,옆차가 느닷없이 끼어든다.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화는 색(色)이다. 옆차에 무슨 급한 사정이 있겠지 하며 양보하면 화가 사라진다. 그러면 색은 공(空)이 된다. 그게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마음을 열고 보면 붓다도 예수도 공자도 다 용심(用心)의 달인이었던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