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테크’란 말이 있다. 2004년 신조어로 사전에도 등록된 이 말은 ‘결혼 재테크’의 의미를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혼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혼테크’를 ‘이혼 재테크’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위자료·재산분할·양육비 등 이혼과 함께 금전적 거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득이하게 이혼해야 한다면 경제적으로 가장 유리한 방법을 택해야 할 터.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태지·이지아의 이혼 소송 사실은 온갖 이슈를 집어삼키며 메카톤급 충격으로 다가왔다. 처음 뉴스의 핵심이 아무도 몰랐던 두 사람의 결혼 사실 자체였다면 최근의 이슈는 이혼 시기와 55억 원에 해당하는 위자료와 재산분할 등 경제적인 부분을 놓고 양측이 벌이는 대립각이다. “지난 2006년 미국 가정법원에 단독으로 이혼 청구서를 제출한 뒤 2009년 이혼의 효력이 발생했다”는 이지아 측 주장과 “2006년 이혼했고 당시 재산분할도 끝났다”는 서태지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의 이혼 확정 판결문의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말들이 많다. 미국 산타모니카 가정법원의 이혼 판결문에 “법원은 청구인(이지아)이 상대방의 (금전적) 지원을 포기할 것을 확인한다”란 부분을 두고 ‘지원’내용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것.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이슈는 ‘이혼 효력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라고 지적한다. 재산분할 청구소송 시효가 2년으로 서태지 측 주장처럼 2006년이 그 시점이라면 아예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법원가에도 많은 설들이 떠돌고 있는 가운데 모 변호사는 “(이지아 측이) 소송이 성립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압박용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재산 형성 기여도 상승 추세

서태지·이지아처럼 부부가 이혼하면서 금전적 문제로 설전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된 분쟁 원인은 자녀 양육권을 둘러싼 문제와 재산분할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율은 인구 1000명당 4.7건으로 전년도 5.1건보다 0.4건 하락했지만 최근 들어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살다가 갈라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치적 하락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현실화됐다면 이혼 그 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력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이혼 전문 법률사무소 윈의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에 대해 합의가 안 된 경우 재산을 포기하고서라도 빨리 이혼만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데 나중에 크게 후회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정식 절차를 통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혼은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나뉜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이혼하기로 합의만 하면 그 사유를 묻지 않지만, 재판상 이혼은 이혼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상 이혼은 다시 조정이혼과 소송이혼으로 나뉘는데 재판부의 조정을 통한 당사자 간 합의가 결렬되면 소송이혼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재판상 이혼도 보통은 소송까지 가지 않고 조정 단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자의적 합의든 조정을 통한 합의든 이혼 비율의 70~80%가 합의로 이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혼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경제적 부분은 재산분할과 위자료, 자녀 양육권 및 양육비 문제다. 재산분할의 대상은 결혼 이후 부부가 함께 유지했거나 형성한 재산으로 명의에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부부 공유에 속하는 재산이 대상이다. 하지만 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고 있었던 재산이나 혼인 중이라도 일방이 상속 또는 증여 등으로 취득한 재산 등 사회 통념상 각자의 전유물이라고 판단되는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산분할 비율은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와 부부 간의 협력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나이와 혼인 기간도 중요한 요소다. 혼인 기간이 길수록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도 증가할 뿐만 아니라 재산 유지와 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맞벌이 부부는 재산을 반으로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 결혼 기간이 10년 정도 된 전업주부는 재산의 30% 정도를 인정받았는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가사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재산의 40~50%를 받는 추세다.


위자료는 2000만~5000만 원 선

부부 공동재산이 투명하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한쪽 배우자가 재산을 은닉해 놓았다면 재산분할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증거 자료나 증인을 통해 은닉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듀오라이프 컨설팅의 이미경 팀장은 “상대방이 의도를 가지고 재산을 돌려놓았다면 이혼 후 2년간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며 “2년간 재산의 추이를 지켜보며 필요하다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일 이혼 시 재산분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이혼 전 미리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가압류·가처분 같은 보전 처분을 받아둘 필요도 있다. 이인철 변호사는 “재판상 이혼을 진행하는 90% 이상이 가압류·가처분을 신청하는데 이는 재산 보전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압박 수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산분할은 공동재산을 나누는 의미이기 때문에 가정 파탄 원인을 제공한 유책 배우자도 청구할 수 있으며, 이혼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면 청구권 자체가 소멸된다. 또한 재산분할 대상은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혼 후 오른 부동산 가격이나 늘어난 재산 등에 대해서는 청구할 수 없다. 즉 이혼할 당시 나눠 가질 재산이 없다가 이혼 후 사업 번창 등으로 재산이 불어났다고 해도 그에 대해선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부 변호사들은 의뢰인들에게 “적절한 때를 기다리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기도 한다. 퇴직금 등으로 재산 규모가 커지는 은퇴 후 황혼 이혼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산분할과 별도로 위자료는 가정 파탄의 잘잘못을 따져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을 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위자료는 보통 2000만~3000만 원 선이며 잘못 정도에 따라 5000만 원까지 배상하기도 한다.

양육권과 양육비 문제도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가 10세 이전일 때는 자녀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어머니 쪽에서 양육할 가능성이 크고, 자녀가 15세 이상일 때는 자녀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게 된다. 양육비는 부모가 부담해야 할 공적·사적 교육비와 의식주에 따른 생활비 등이고 지급 기간은 미성년자인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다. 물론 일시 지급도 가능하지만 금액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중요한 점은 양육비 액수가 자녀에게 최저 한도의 생활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부모와 동일한 기반에서 동일한 정도의 생활을 보장하는 정도여야 한다는 점이다. 양육비 정도는 양육비 채무자(양육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의 직업과 수입에 따라 달라지는데, 직업이 없으면 30만 원, 일반 월급자는 50만~100만 원, 고소득자는 200만 원 정도다. 만일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법원이 양육비 채무자의 직장 고용주에게 월급에서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공제해 지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는 ‘양육비직접지급명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명령을 받고도 고용주가 따르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혼 시 현명한 ‘절세’방법

이혼에 따른 금전적 거래가 있을 때는 세금 부분도 잘 따져봐야 한다. 양육비는 설령 한꺼번에 지급받는다고 하더라도 현금이라면 세금 부과가 전혀 없다. 위자료 역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가장 이혼이 아닌 이상 전액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산분할은 부부 공동재산에서 자기의 ‘몫’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과세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받을 때 전혀 세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다.

문제는 위자료나 양육비 명목으로 부동산을 받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혼하면서 한쪽 배우자에게 넘겨주는 부동산이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세금 부과가 달라지는 것. 먼저 등기 원인을 ‘이혼 위자료 지급’으로 하면 자산을 양도한 것으로 간주해 이전해 준 부동산이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경우 위자료를 주는 쪽에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다만 이때 이전해 준 부동산이 1가구 1주택으로 비과세 요건을 갖춘 때에는 과세되지 않는다. 물론 양도받는 쪽에서도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반면 재산분할 청구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이 이전되면 양도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이때는 양도하는 사람도, 양도받는 사람도 양도세나 증여세를 낼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등기 원인을 ‘증여’로 하면 6억 원(2007년 12월 31일 이전 증여분은 3억 원)까지는 증여세가 없으므로 부동산 가액이 6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과세되지 않는다. 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이혼 전에 증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혼 후 증여는 배우자가 아닌 타인에게 증여를 받는 것이 되기 때문에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증여’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증여받은 배우자가 부동산을 5년 이내에 양도하면 양도 차익 계산 시 당초 증여한 배우자가 취득했을 때의 취득가액을 양도세 계산 시의 취득가액으로 공제하므로 그만큼 양도 차익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면 상대방의 경제적 규모를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부부간 협의이혼이더라도 구두 약속 만으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재산분할·위자료·양육권 등의 내용을 명시한 합의서를 만들어 이혼 법률사무소나 공증사무소에서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미경 팀장은 “이혼 시 재산상 분쟁의 원인은 정보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꼭 이혼 때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혼 후 서로의 경제적 부분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하면 재산의 절반이 날아가니 경제학적으로 따졌을 때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에는 부부 재산 계약서가 보편화되어 있는 반면 우리는 말하는 것 자체를 껄끄러워한다”며 “이혼으로 가기 전 부부 상담 등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지아는 55억, 타이거우즈는 9200억 … ‘비싼’이혼 랭킹은?

이지아는 재산이 500억 원대로 추정되는 서태지에게 재산분할 50억 원과 함께 위자료 5억 원을 청구했다. 일반인들의 이혼 비용에 비하면 엄청난 금액이지만 전 세계 유명인들의 규모에 비하면 오히려 미미한 정도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혼 위자료 가운데 최고 액수는 지난 1999년 호주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17억 달러(1조8250억 원). 2위는 세계 자동차경주대회(F1) 주관사인 포뮬러원매니지먼트의 버니 에클레스톤 회장으로 10억~12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기 거래상 아드난 카쇼기가 8억7400만 달러의 위자료를 냈다. 지난해 이혼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7억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9200억 원에 이르는 위자료를 지급하며 4위에 올랐다. 이 밖에 농구의 전설 마이클 조던은 2006년 이혼하면서 1억6800만 달러를 지불했고, 팝스타 마돈나가 우리 돈 1000억 원대의 위자료를 낸 것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가 최고액인지 확인되지 않지만 지난 2009년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와 임세령 씨의 이혼 당시 임세령 씨가 이 전무에게 위자료 10억 원과 5000억 원가량의 재산분할을 청구했던 사실을 두고 추측이 무성할 뿐이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