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을 성추행하고서 목 졸라 죽이고 부인까지 무참하게 살해한 뒤 강도를 당한 것처럼 위장하려 한 40대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재혼한 부인과 딸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기소된 이모(45)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 전후 상황, 현장 상태, 피해자 부검결과 등을 종합하면 이씨가 사실상 친족관계에 있는 이모(17)양을 강제추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사실 등이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2009년 김모(45·여)씨와 혼인신고한 이 씨는 지난해 4월 충북 제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김 씨의 딸인 이 양을 성추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하고 김 씨 역시 흉기로 찔러 죽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이 씨는 모녀를 살해한 뒤 몸을 씻고 이 양의 시신을 수건으로 닦아 증거를 없앴으며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입었던 옷과 신발, 시신을 닦은 수건과 김 씨의 지갑 등을 야산에 들고 가 땅속에 묻거나 던져버렸다.

다음날 아침 이 씨는 자고 일어나보니 김 씨가 피를 흘리며 숨져 있었다며 스스로 경찰에 연락했고, 출동한 경찰이 이 양의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 이 양이 숨진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가장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이 양의 시신에서 이 씨의 타액이 발견됐고, 이 씨는 결국 구속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이씨가 잔혹한 방법으로 아내와 의붓딸을 살해한 직후 증거를 은닉하고 목격자 행세를 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했고, 수사·재판과정에서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는 등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며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가장 무거운 형인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