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복수노조시대] (下) 풀어야할 4대 쟁점


(1) 조합원수 계산 - 사업장마다 노조원 '뻥튀기' 판칠 듯

교섭대표와 교섭방식,교섭단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우려된다. 우선 복수노조가 조직된 현장에선 교섭대표권을 따내기 위해 서로 조합원 수를 부풀릴 것으로 보인다. 또 교섭단위 분리와 사용자의 개별교섭 동의,공정대표 의무 조항 등 노조와 사용자 간 줄다리기를 할 쟁점들이 수두룩하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조 자율결정→과반수 노조→공동교섭단의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다. 노조끼리 자율적으로 교섭대표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과반수 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조들이 교섭권을 따내기 위해 서로 조합원 수를 부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조원은 조합비 납부 등을 기준으로 산정하게 돼 있지만 체크오프(check-off · 노조비 일괄징수) 방식이 아니라 노조원들이 직접 조합비를 납부하는 회사의 경우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다.

특히 노조원이 수천명 되는 사업장에서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합원 수를 정확히 산정하기가 쉽지 않아 노조들이 교섭대표권을 따내기 위해 허위로 조합원 수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서면으로 제출한 노조원 수가 허위일 경우 형법상으로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 수 산정방법도 문제다. 2개 노조에 중복가입한 노조원에 대해선 조합원 산정 때 0.5명(3개 노조 가입 때 3분의 1명)으로 계산토록 했다. 조합비를 A노조엔 내고 B노조엔 안 냈을 경우 조합비를 낸 노조에만 조합원으로 인정하지만 조합비를 모두 안 냈을 경우에는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게 돼 있다. 단결선택의 자유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2) 사용자의 개별교섭 동의 - 강성노조 사측 압박 우려

노조법에는 교섭대표단 구성과정에서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와 별도로 개별교섭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초 노조법안에는 없었으나 국회 논의과정에서 슬그머니 들어간 조항으로 향후 현장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조항은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예를 들어보자.만약 A사업장에 조합원 30%를 차지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강성노조와 과반수를 넘는 온건노조가 있다고 치자.회사 측은 당연히 온건노조와 교섭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동의하면 개별교섭도 가능한 만큼 강성노조는 "개별교섭에 나서라"며 사용자를 압박할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사자율교섭을 산하 노조에 지침으로 내려보낸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 등 집단행동을 통해 개별교섭을 요구할 경우 사용자가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전문가와 재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조합원 50%가 넘는 강성노조가 있는 사업장에 30% 노조원을 갖고 있는 온건노조가 병존할 때 사용자는 온건노조와 개별교섭을 원할 것이다. 특히 강성노조에서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 경우 온건노조와의 교섭은 전반적인 교섭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럴 경우 과반수 강성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3) 교섭단위 분리신청 - 노조별로 교섭요구 남발 가능성

복수노조가 만들어지면 노조들마다 교섭을 원하기 때문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법에는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고용형태,교섭관행 등을 고려해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직종단위 또는 사업장 단위별로 분리 요구를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노조들은 서로 다른 세력관계를 기준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역시 노노 및 노사갈등이 우려된다.

고용노동부가 복수노조 시행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사1협약 원칙을 세운 것도 혼란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항공사의 경우 조종사 노조와 일반직 노조가 서로 교섭을 달리한다. 식품회사인 S사의 경우도 5개 사업장별로 나눠 교섭을 하고 있고 여러 개의 현장별로 별도의 교섭을 벌여온 건설현장도 분리교섭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고용부의 1사1협약 원칙으로 인해 분리교섭이 제한될 경우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욱 교수는 "한번 교섭단위가 분리되면 또다시 조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기존 병존 노조의 경우 분리교섭을 해왔다면 어느 정도 존중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 공정대표 의무 - 노조사무실ㆍ비품 제공때 논란 소지?

복수노조가 있을 경우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는 단체교섭 절차에 참여한 노조와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 단체협약을 불편 부당하게 체결할 경우,그리고 체결된 단협을 노조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여기에서 처벌조항이 노조법 제85조와 86조를 준용해 부당노동행위를 적용토록 한 게 논란거리다.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인데 노조에까지 확대시킨 것은 입법 실책이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대신 부당행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에 대한 편의제공에 대해서도 공정대표의무 시비가 예상된다. 사용자가 기존 노조에 제공하는 노조사무실이나 비품을 다른 노조에도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소수 노조가 설립됐을 경우 어떤 기준으로 사무실이나 비품을 제공해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밖에 소수 노조가 협상대표권을 갖고 회사 측과 교섭하는 상황에서 새로 과반수 노조가 설립됐을 경우 교섭대표권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도 관심거리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