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화도 안경처럼 발에 맞춰 신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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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목 학산 대표 인터뷰
맞춤 워킹화 '비트로 브이웍스', 발바닥무늬ㆍ족압 분석해 제작
"10년 내 나이키 같은 브랜드로"
맞춤 워킹화 '비트로 브이웍스', 발바닥무늬ㆍ족압 분석해 제작
"10년 내 나이키 같은 브랜드로"
"우리나라만 봐도 5000만명의 사람이 5000만가지의 서로 다른 발 모양과 걷는 습관을 갖고 있어요. 안경을 맞출 때 시력 검사부터 하는 것처럼 발 생김새에 따라 '나만의 워킹화'를 신는 게 당연하지요. "
최근 워킹화 시장에 진출한 학산 이원목 대표(60 · 사진)는 "기능성 신발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이키와 리복,프로스펙스와 르까프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이 과점하고 있는 이 시장에 학산이 출사표를 던진 것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크다. 후발주자에겐 '철옹성' 같은 시장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에선 '무모하다'는 우려보다는 '학산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론이 우세하다. 이 대표의 무모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산은 부산 신발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해온 기업이다. 신발업체들이 낮은 인건비를 찾아 중국 · 베트남으로 떠나며 국내 신발 산업이 휘청하던 1994년 이 회사는 오히려 '비트로'라는 자체 브랜드로 테니스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업계 1,2위를 다투던 화승과 태광실업조차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신발업체에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테니스화 시장은 나이키가 20년 가까이 독점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트로는 테니스화 출시 5년 만에 나이키와 국내 시장을 양분했고 2000년대 중반 들어서는 나이키마저 제쳤다.
이 대표가 최근 워킹화 시장의 공략을 위해 내세운 신무기는 '맞춤형' 신발이다. 똑같은 기능과 모양을 갖춘 기존 워킹화와 달리 이 회사의 '비트로 브이웍스'는 매장에서 전문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소지한 슈피터(shoe-fitter)가 족문(발바닥의 무늬)과 족압을 분석한 뒤 발의 구조와 보행 습관에 맞는 신발을 제작해 판매한다. 소비자의 잘못된 걸음걸이뿐 아니라 발과 연결된 무릎 골반 허리의 상태도 포도그래프(족압 측정 장치)에 찍힌 족문에 따라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아웃솔(밑창)의 내마모성(마찰에 닳지 않는 정도)은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비교해 3~4배 뛰어나다.
이 대표는 "족압의 형태에 맞춰 인솔(안창)에 웨지(wedge) 4개와 패드 3개를 부착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제품을 받기까지 길게는 하루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처음 워킹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때 시장에선 '키를 5㎝ 높여준다'거나 '안짱다리와 팔자걸음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식의 과장 광고가 판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그는 족부정형외과 전문의 등과 개발팀을 꾸리고 20년 동안 테니스화와 배트민턴화에서 벌어들인 돈을 모두 쏟아부어 비트로 브이웍스를 개발했다. 이 신발은 지난달 국내 워킹화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족부족관절학회의 공식 인증을 받기도 했다. 학산의 지난해 매출은 460억원.올해는 비트로 부문 150억원을 포함해 6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전국 32개의 대리점도 올해 안에 100개로 늘릴 예정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