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업이나 은행들이 하이브리드 채권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는 점이,발행 회사 입장에서는 주식과 달리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작다는 게 매력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일본을 제외한 아 · 태 지역에서 발행된 하이브리드 채권 규모는 50억1000만달러다. 이는 2005년 한 해 동안 아 · 태 지역에서 발행된 하이브리드 채권 규모의 두 배가 넘으며 작년 한 해 발행 규모의 3분의 2 수준이다.

WSJ는 최근 들어 인도 필리핀 중국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화룬전력은 지난주 연 7.25%의 금리를 주는 달러 표시 하이브리드 채권을 발행해 7억5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7월 발행한 5년 만기 일반 회사채 금리는 연 3.768%였다.

하이브리드 채권은 일정한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는 점에서는 채권과 유사하고,만기와 상환 의무가 없으며 매매가 가능한 점은 주식과 비슷하다. 일반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인기라고 WSJ는 소개했다.

채권 발행자 입장에서는 주식과 달리 경영권에 위협을 주지 않기 때문에 발행에 부담이 없다. 다만 하이브리드 채권은 발행자가 파산하면 채권 소지자가 원리금을 돌려받는 순서가 일반 채권보다 뒤로 밀리고 중간에 해약할 경우 예금과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아 · 태 지역의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규모는 미국을 앞섰다. 지난달까지 미국의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규모는 25억4000만달러로 아 · 태 지역의 절반 수준이었다. 현재 가장 큰 하이브리드 채권 시장은 유럽으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141억달러어치가 발행됐다.


◆ 하이브리드 채권

hybrid bond.주식과 채권 중간 형태의 신종 증권.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도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고,채권처럼 매년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다. 만기가 30년 이상이면 은행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주로 은행이 자본금을 확충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다. 한국엔 2003년 도입됐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