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PGA 취리히클래식] 앗! 바람이 움직인 0.5㎝…심슨, 5억 날렸다
미국 PGA투어 취리히클래식 최종라운드가 열린 루이지애나주 에이번데일의 루이지애나TPC(파72 · 길이 7341야드) 15번홀(파4).1타차 선두를 달리던 웹 심슨(미국)은 8m가량의 내리막 버디 퍼팅이 홀 바로 옆에 멈추자 홀아웃을 하기 위해 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던 부바 왓슨(미국)이 퍼팅할 순서였지만 먼저 홀아웃을 시도한 것이다.

보통 퍼팅은 먼 거리에 있는 사람부터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톡 쳐서 들어갈 정도로 볼이 홀에 가까우면 마크하지 않고 먼저 홀아웃하는 것이 관행이다.

심슨은 왼발을 뒤로 뺀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퍼팅을 시도했다. 그런데 퍼팅하려는 순간 멈칫했다. 바람 때문에 볼이 원위치에서 미세하게 움직인 것.0.5㎝도 안 되는 움직임이었다.

그린에서 퍼팅하려는 순간 볼이 움직였다면 어드레스를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벌타 여부를 판단한다. 어드레스를 하기 전에 볼이 움직이면 벌타 없이 리플레이스를 할 수 있지만 어드레스한 뒤에 볼이 움직이면 골퍼에게 책임이 있어 벌타가 주어진다. 그래서 바람이 불거나 경사진 곳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볼이 원위치에서 흔들거릴 때도 있다. 이럴 땐 무벌타다.

심슨이 벌타를 받은 것은 어드레스를 한 다음 볼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골프 규칙에서는 어드레스를 '스탠스를 취하고 클럽헤드를 볼 뒤에 갖다 댄 것'이라고 표현한다. 즉 클럽헤드를 지면에 대면 어드레스했다고 볼 수 있다. 심슨은 워낙 짧은 거리의 퍼팅이라 정상적인 스탠스를 취하지 않아 어드레스를 안 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헤드가 지면에 닿았기 때문에 어드레스를 한 것으로 판정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1타차 2위였던 왓슨의 클레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왓슨은 심슨이 퍼터를 지면에 댔다고 클레임을 제기했고 경기위원을 불렀다. 심슨은 헤드를 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지만 왓슨의 증언 때문에 벌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심슨은 이 홀에서 1벌타를 받으면서 왓슨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남은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둘은 연장전을 벌였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전에선 모두 버디를 기록했고 다시 같은 홀에서 벌어진 두 번째 연장전에서 '2온'에 성공한 왓슨이 1.8m 버디를 성공시키며 파퍼팅을 남겨둔 심슨을 물리쳤다. 심슨은 "좀 실망스럽다. 룰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나쁜 룰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이나 다른 자연적인 것에 의해 볼이 영향을 받을 때는 선수에게 벌타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심슨은 2009년 봅호프크라이슬러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 30㎝ 지점에서 홀아웃 퍼팅을 하려는 순간 바람이 불어 볼이 움직이면서 벌타를 받았고 공동 5위에 그쳤다. PGA투어 선수단 자문위원이기도 한 그는 "퍼터로 건드린 경우에 한해서만 벌타를 줘야 한다"며 룰 개정을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도 공개했다.

왓슨은 "심슨과는 친한 사이라 가슴이 아프다. 너무 슬픈 방식으로 우승했지만 내가 이겼다"고 말했다. 왓슨은 우승상금으로 115만2000달러(12억2800만원)를 받았고 심슨은 69만1200달러(7억3700만원)를 챙겼다. 둘의 상금 차이는 46만800달러(4억9100만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최경주, 공동 3위…시즌 네번째 '톱10'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최경주는 전반에 3타를 줄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후반 들어서는 버디와 보기를 교환하며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 16번홀(파4)에서 1.5m 버디를 낚아 1위와 1타차를 만들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으나 17번홀(파3)에서 3퍼트 보기로 발목을 잡혔다. 1m도 안 되는 짧은 파퍼트가 홀을 빗나갔다. 2타차로 벌어진 18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지자 '벙커샷 이글'을 노리고 쳤으나 홀을 스친 뒤 6m가량 지나가면서 파에 그쳤다.

최경주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에 올라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공동 6위),마스터스(공동 8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 2월 노던트러스트오픈(공동 7위)까지 합치면 시즌 네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