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를 빠져나와 북서쪽으로 10여분 달리니 눈앞에 황무지가 펼쳐졌다. 터브아이막 바양항가이 지역으로 가는 1시간30여분 동안 집과 사람,나무를 구경하기 어려웠다. 땅이 워낙 메마른 탓이다.

안경갑 국제기아대책기구 몽골지부장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다 땅이 척박해 주민들이 정착하는 데 애로가 많다"며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울란바토르 외곽 100㎞ 지역까지 모래로 덮였다"고 설명했다.

바양항가이 지역에선 우리금융그룹의 11개 계열사 30여명이 3일 전부터 나무를 심고 있었다. 군내 전체 주민이 1500여명에 불과하지만 이 중 200여명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바람과의 전쟁…"사막화 막아라"

현지에서 만난 권은택 우리금융 사회공헌담당 과장은 "과거엔 밀과 감자의 곡창지대였는데 고비사막이 확대되면서 황무지로 변했다"며 "국내에도 큰 영향을 주는 황사의 발원지여서 봉사지역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준비한 묘목은 1m20㎝ 길이의 '올리아서'나무다. 춥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수종으로,최고 20m까지 자란다고 한다. 당초 1200그루를 심을 계획이었는데 목표를 3200그루로 늘렸다. 동참 의사를 밝힌 주민들이 크게 늘어나서다. 봉사단과 주민들은 5m 간격으로 2600그루를 심었고 나머지 600그루를 주민 몫으로 남겨놓았다.

안 지부장은 "언 땅을 50㎝ 깊이로 판 뒤 묘목을 넣고 거름과 흙을 15㎝ 높이까지 단단하게 덮어줘야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다"며 "생존확률이 80~90%란 점을 감안할 때 5~6년 지나면 비행기에서 파란 생명의 숲 띠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봉사단은 통나무와 철조망을 이용해 묘목 주변을 울타리로 이중,삼중 둘러쌌다. 울타리 길이만 6㎞에 달했다. 소나 양 등 가축이 묘목을 뜯어먹을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3500개의 나무기둥과 72㎞짜리 철조망을 별도로 준비했다.

◆주민들 "나무 보호는 우리 몫"

나무심기 봉사활동은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몽골 국영TV는 '한국에서 온 봉사단'을 30여분간 집중 조명했고 현지의 유력 인사들이 격려차 방문했다. 주민들은 묘목을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히식존두이 둑싱자르갈 바양항가이 지역단체장은 "2009년 대통령령으로 모든 국민이 일년에 한 그루 이상 나무를 심도록 했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제 3200그루의 묘목을 잘 키우는 일은 우리 주민과 군청,학생들이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주민인 투무르 오양가 씨는 "나무심기 봉사활동 덕분에 한국에 대한 인식이 더욱 좋아졌다"고 말했다.

땀을 흘린 우리금융 직원들도 뿌듯해 했다. 배국호 우리은행 영동중앙지점 지점장은 "주민들에게 나무를 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열 우리투자증권 대구두류지점 부장은 "5년 전부터 고아원을 방문하는 등 봉사활동을 했는데 해외에서 봉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먼 지역에 사는 주민들까지 자발적으로 동참해줘 힘이 많이 났다"고 전했다.

◆오지 학교의 도서관 · 휴게실 정비

우리금융 직원들은 바양항가이 지역 내 유일한 학교를 찾아 도서관과 어린이 개발센터(휴게실)도 정비했다. 이 학교엔 인근 80㎞ 이내의 초 · 중 · 고생 300여명이 다니고 있다. 어둡고 낡았던 도서관을 리모델링해 25명이 동시에 독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현지 작가의 책 400여권과 한국어 교재를 기증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100여명의 어린이를 위해 개발센터를 설치하고 대형 TV와 노트북 12대를 전달했다.

아츠장 에르덴치맥 바양항가이 공립학교 교장은 "작년 10월 어린이총회를 열었을 때 가장 갖고 싶은 게 뭔지 조사했더니 인터넷과 TV가 압도적이었다"며 "아이들이 즐겁게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줬다"고 고마워했다.

성진익 우리파이낸셜 채권회수팀 사원은 "학교 시설을 꾸미고 아이들과 직접 의사소통을 해보니 이곳에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며 "국내 봉사의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틈틈이 해외 어린이를 위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사회공헌은 진정성이 중요"

우리금융은 이팔성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글로벌 사회봉사단을 작년 4월 출범시켰다. 제1기 봉사단은 베트남 하노이 인근 빙푹에서 직업훈련센터 기숙사와 도서관을 신축했다. 매년 창립일인 4월2일엔 국내외 임직원 7500여명이 봉사체험에 나서는 전통을 갖고 있다.

올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룹 임직원의 1인당 봉사시간이 국내 기업 평균을 크게 웃도는 연 12.5시간에 달한다. "사회공헌은 무엇보다 진정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이 회장의 평소 지론 때문이다.

이번 몽골 봉사에 참여한 최민지 기아대책 기업개발본부 팀장은 "해외 진출지역을 중심으로 봉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우리금융은 몽골에 연고가 없다"며 봉사활동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바양항가이(몽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