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투자 권하는 '전세살이' 펀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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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한경·투교협 금융투자 CEO 특강
한경·투교협 금융투자 CEO 특강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52 · 사진)은 '포트폴리오 조정의 대가'다. 펀드매니저로서 운용사를 이끌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개인 재산을 굴릴 때도 마찬가지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광주일고 동기동창인 그는 중견 운용사 사장인데도 서울 반포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재테크를 하려면 집을 살 필요가 없고 원자재펀드 등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게 장 사장의 변치 않는 투자철학이다.
장 사장은 29일 서울 방배동 서울메트로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과 함께하는 금융투자회사 CEO 특강'에서도 "더 싼 집으로 이사 가세요. 그리고 남는 돈으로 원유나 곡물 관련 펀드에 가입하세요. 원자재 펀드는 꼭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서울메트로 간부직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날 특강은 한국경제신문과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CEO특강'의 첫 번째 행사다. 장 사장은 강연에서 "일본과 미국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때 주택가격도 같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한국은 이미 주택가격이 꺾이는 시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부자들이 4~5년 전부터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등 투자 수요가 줄고 있어 더 이상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원자재와 국내 주식,중국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자산배분 전략을 추천했다. 장 사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체 자산을 100이라고 하면 80을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다"며 "이를 50으로 줄이고 나머지 30을 원자재펀드,국내 주식형펀드,중국 펀드에 10씩 나눠 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 사장은 "원유나 곡물은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 집을 사서 2배로 뛰기를 바라는 것보다 국제원유가격이 100달러에서 200달러로 오를 것을 기대하는 게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펀드는 증시가 폭등하는 상황을 예상해서가 아니라 고성장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기에는 중국이 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코스피지수가 240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간에 조정이 올 수 있지만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조정 때 투자자들이 더 많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에는 경기 회복에 따라 미국 정부가 긴축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있어 증시 전망이 썩 밝진 않다고 진단했다.
장 사장은 "2006~2007년도 한국기업들은 60조원 정도 영업이익을 냈지만 작년과 올해는 거의 110조원에 달한다"며 "국내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주가 2000선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다만 110조원 이익이 한국의 상위 10개 기업에 편중돼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들은 주가가 10%만 올라도 바로 팔아버리면서 주가가 50% 하락하면 회복을 기대하면서 절대 안 파는 나쁜 습성이 있다고 그는 꼬집었다. 장 사장은 "좋은 주식을 일찍 팔고 나쁜 주식은 들고 있으면 절대 수익이 좋을 수 없다"며 "상식적인 선에서만 투자해도 손해나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